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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 김현준 감독 "위안부 소녀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3년만에 다시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피해자 틀 깨고 주체적 생존자로 표현"
배우 오디션 전 세계에서 3000명 몰려
"이곳 작품 성공시켜 꼭 한국에 가겠다"

"아시안 소재를 주류사회 관객에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참상을 그린 한국 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Comfort Women: A New Musical)'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연출가 김현준 감독. 그는 "위안부의 역사 자체를 모르는 타민족 관객들에게 고통과 아픔의 주인공 '위안부' 소녀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고민이었다"며 "너무 처절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희화화 되지도 않도록 연출 균형과 수위를 조절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위안부'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2년 한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 논란을 일으켰던 때이다. 당시 극작 수업을 함께 듣는 타민족 친구들이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와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이 문제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 이를 계기로 2015년 일본군 위안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컴포트 우먼'이 탄생하게 됐다.

김 감독은 "당시 위안부 역사에 대해 들은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우리의 조각난 역사를 제대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뮤지컬을 보고 나서도 잊혀지지 않는 노랫가락을 읊조리며 위안부가 무엇인지 찾아보게끔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종전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는 "가슴 아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간 갈등 패러다임에 갇혀 한 개인으로서 소녀들이 겪은 각기 다른 사연들이 묻혀왔다"며 "'위안부' 문제의 주인공은 바로 '소녀'"라고 꼬집었다. 그는 "소녀들의 시각에서 본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의 역사, 그리고 위안부 생존자 소녀들의 이야기에 관객들이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며 "유린당한 인권과 짓밟힌 꿈, 생환해 온 고국에서 외면당한 소녀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위안부 소녀들을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그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위안부 소녀들은 남성이나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위안소를 스스로 탈출하며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됐다. 그는 "위안부 소녀들이 희생자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한 명 한 명의 소녀 캐릭터마다 다른 이야기를 조명해 누군가의 도움으로 구조되는 소극적 피해자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생존자입니다. 피해자라는 껍데기를 씌워 놓고 그 안에 담긴 아픔의 서사는 외면하는 게 지금의 실상입니다. 저 또한 2015년 워싱턴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위안부'를 '약한 피해 여성'의 이미지로 생각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할머니는 제 잘못된 편견을 과감히 깨트려 주셨죠. 할머니는 무척 카리스마 있고 강단 있는 주체적인 여성이셨습니다."

컴포트 우먼은 1941년 일제 강점기가 배경이다. 도쿄의 설탕 공장에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은 조선인 소녀 '고은'이 인도네시아의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같은 처지의 소녀들이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안소에 갇히게 된 고은과 소녀들은 일본군의 눈을 피해 탈출을 계획해 광복을 맞은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힘든 여정을 그리고 있다.

김 감독은 "작품 속에 위안부 역사와 비슷한 상황을 생생히 재현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자극적인 장면은 관객들이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만 최대한 배제해 소녀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컴포트 우먼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소재를 삼았다는 것만으로 제작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예정됐던 투자가 무산되기 일쑤였다. 김 감독은 "투자하기로 했다 철회한 한국인도 많고 일본 거래처가 있는 기업도 투자를 부담스러워했다"며 "우리 역사를 민감한 소재로 받아들여 외면하는 현실이 씁쓸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연장 앞에 설치할 나비 소녀상 제작도 여러 차례 거절당했다가 출연하는 일본계 배우가 자진해 만들었다"며 "왜 한국인이 우리 역사를 민감한 정치적 이슈로만 여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달 27일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컴포트 우먼'에 대한 주류사회의 관심은 뜨겁다. 2015년 오디션에 9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던 것이 이번에는 전 세계 3000여 명이 몰려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김 감독은 "긴장되면서도 설렌다. 창작 뮤지컬 연출에 대한 꿈을 안고 온 뉴욕에서 '아시안'이 뮤지컬을 기획하고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며 "'아시안'이라는 편견과 무시 속에서도 간절한 꿈으로 여기까지 온 만큼 컴포트 우먼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설 때까지 뛰겠다"고 말했다.

다섯 살 때 엄마 손을 잡고 봤던 뮤지컬 '캣츠'로 뮤지컬 창작자 꿈을 키웠다는 김 감독은 "뉴욕 무대에서 통하는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을 만들려면 인종을 불문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컴포트 우먼' 이후 학생 비자가 만료된 한인 유학생이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미 시민권자와 위장 결혼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디미 뮤지컬 '그린카드'와 한국의 창작 뮤지컬을 수입해 영어로 바꾼 '인터뷰'를 무대에 올렸지만 타민족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반드시 이 곳에서 우리의 창작 뮤지컬을 성공시켜 한국으로 가지고 가겠다"며 "뮤지컬의 본고장 뉴욕 무대에 '한국'을 넘어선 '아시아' 문화 소재를 증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김 감독은 뉴욕시립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컬럼비아대학에서 공연제작 석사과정에 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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