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그 집 뒤뜰에서
잠시 고향엘 다녀 왔습니다동네어귀 느티나무 그늘에서
우리들은 막바지 7월의 더위를 잊은 채
먼 길 돌아 온 발자취의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거기엔
붉은 와인의 열정도 있었고
정감어린 시도 있었습니다
때 묻지 않은 웃음도 있었습니다
풋고추와 깻잎, 가지나물, 오이소백이,
조갯살과 바다가재에 바빠진 손길을
사슴 한 마리가 옆 집 마당에서
부러운 듯 건너다 보고 있었습니다
허리 굽은 한 그루의 소나무는
우리들의 만찬을 외면한 채
두고 온 먼 바다의 파도 소리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에 취해 시간도 잊었습니다
그래도 돌아가야할 때
헤어짐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죠
그 집 주인의 따뜻한 마음 처럼
설익은 다래의 넝쿨이
다시 오라고 초대 했습니다
양기석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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