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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절대정신(絶對精神)

철학(哲學)의 눈으로 우리의 신앙을 직시(直視)해보면 어떨까? 다른 각도에서 사물을 관찰해보면 '블라인드 스팟(Blind Spot)'에 숨어있는 것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논리(論理)에 억매여 철학적인 명제(命題)를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는 이성(理性)의 추리(推理)작업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다. 어찌 논리가 거대한 우주 심연의 실체를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진짜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보이지 않는 실체가 경험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신비를 경험하는 일을 도울 수 있는 철학이라야 참된 가치를 가진다. 무궁한 하나님의 은총(Gratia Dei)을 경험하도록 돕는 철학이 되어야 하리라.

독일 관념철학을 계승하고 완성시켰다고 하는 헤겔(Hegel)은 이 우주에 절대정신(Absoluter Geist) 혹은 절대이성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헤겔에게 절대정신은 신의 뜻이며 또한 신의 뜻이 역사 속에서 구현되는 최고의 단계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변증작용에 의해 도달되는 최고의 지점, 즉 더 이상 변화될 필요 없는 최고의 위치를 뜻한다. 필자는 이 절대정신이라는 의미와 표현이 기독교 신앙의 일면(一面)을 잘 설명해준다고 믿는다. 이성과 신성을 연결해주는 다리이고 우주의 근원과 절대진리를 찾는 자들의 이정표(里程表)이기도 하다.

필자는 자신의 존재(存在) 이유와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의 질문을 가지고 젊은 시절 많은 수고와 아픔을 경험하였다. 동서의 철학과 문학의 거장(巨匠)들의 글을 주의 깊게 읽으며 해답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었다. 대학생활을 중단하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수도승(修道僧)이 되기도 하였다. 깊은 산중을 헤매며 신이 존재하는지 묻고 또 생각하였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주의 원리인가 혹은 우주의 절대정신인가 깊고 어두운 질문 속에서 신음하였다. 눈에 보이는 세상 자체가 신이라고 하는 어리석은 대답은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목마른 사슴이 계곡의 물을 찾아가듯 나의 정체를 밝혀줄 신의 존재를 찾고 또 찾았다. 내 갈급한 영혼이 쏟아냈던 수없는 질문들이 계곡물을 타고 저 깊은 곳으로 흘러갔다.

찾을수록 불가능해 보였던 그 신기한 보석(寶石)이 내 영혼에 밝게 빛을 비추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그 푸른 보석이 거룩한 책(Holy Bible) 안에서 오랫동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전능자의 신비를 많이 경험했던 다윗의 시어(詩語) 속에 있었다. "언어가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 말씀이 세계 끝까지 이르도다."(시19) 신의 영감(靈感)으로 충만했던 다윗이 신비를 노출시킨 것이다. 우주 가운데 있는 그 소리와 그 말씀이 실제하고 있음을 보인 것이다. "주의 말씀이 영원히 하늘에 굳게 섰사오며 주의 성실하심은 대대에 이르나이다."(시119) 우주에 굳게 세워진 하나님의 절대정신이 역사 속에서 대대로 성취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윗의 위대성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는 배움이 없는 촌뜨기 목동이었다. 그가 하늘의 영감이 가득한 위대한 시인이 되었다. 전술과 전략에 능한 군대 장군이 되었다. 그리고 강성대국을 이룩한 위대한 왕이 되었다. 다윗은 우주의 절대정신을 수시로 경험하는 인물이었다. 산과 들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도시의 성문을 넘나드는 사람들 속에서 전쟁의 피비린내 속에서도 그는 우주의 절대정신을 맛보고 있었다. 그의 탁월한 지혜와 명철이 바로 그곳에서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에도 늦은 밤에도 목 마른 사슴처럼 그 말씀을 사모하며 우주에 가득한 전능자의 지혜를 찾고 두들기고 구하였다.

우주에 굳게 세워진 말씀(Logos)되시는 절대정신(Absolute Spirit)이 역사의 현장으로 오시었다. 절대정신이신 하나님이 역사 가운데 성육신(聖肉身: Incarnation)을 한 것이다. 그 절대정신을 살아있는 육체로 접한 사도요한은 이 위대한 신비를 이렇게 증언했다. "태초에 말씀(道: Logos)이 계시니라 그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지라. 말씀이 육신이 되어… 그 영광을 보니…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1:1,14)


최 다니엘 / 뉴저지 잉글우드 구세군교회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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