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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자유와 사랑⑩

경쟁적 자유와 희생적 자유

지난 칼럼에서 기독교는 자유일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다루었다. 이제 기독교의 자유사상의 또 다른 면, 즉 하나님과 기독교인, 기독교인과 세상의 관계를 자유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자유라고 하면 우리는 경쟁적 자유(competing freedom)를 먼저 떠올린다. 누가 더 자유로운가를 서로 비교해서 덜 자유하는 자는 더 자유하는 자와 동일한 자유를 누리도록 고쳐가는 것을 참다운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유가 차별적이라면 결코 자유라고 할 수 없다. 인권, 인종차별, 여성차별, 경제적 불평등의 모든 문제는 바로 자유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만 한다는 것은 전제로 한다.

하나님과 인간의 자유도 이런 경쟁적 관계 속에 있을까? 개신교는 믿는 자들이 자신들의 행위로는 하나님의 의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인간이 철저하게 악하고 무능해야 하나님의 선하심과 사랑이 더 드러날 수 있는 듯한 잘못된 인상을 우리에게 남겼다. 물론 인간의 죄와 한계를 하나님의 사랑과 함께 병렬시키는 성경구절이 많이 있다. 그런데 욥기 40장8절에서 하나님은 "스스로 의롭다 하려 하여 나를 불의하다 하느냐?"고 반문하신다. 로마서 3장에서 바울도 인간의 죄가 하나님의 진리를 더 드러낸다면 하나님의 선이 더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 죄를 짓자고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롬3:7-8). 즉 인간이 의로울수록 하나님이 덜 의롭게 되거나, 혹은 반대로 인간이 더 악하면 하나님이 더 선하게 되는 경쟁구도 속에 있는냐는 질문이다. 그러나 피조물의 약함과 악함 때문에 창조주의 강함과 선함이 더 드러나는 그러한 신은 인간에게 종속된 자유하지 못한 신이다.

인간은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자유를 누린다.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부활로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주어진 자유됨이지만, 거짓된 자유, 의롭지 못한 자유, 품격을 상실한 자유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 자유는 피조물로서의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겸허하게 하나님을 바라보며, 절대자유자인 하나님이 인간으로 찾아오시어 자신을 내어주신 그 은총과 사랑에 감사하는 인격적인 자유다.



이 자유는 또한 인과관계를 넘어서는 역동적 자유다. 자유된 자들이 그 자유를 올바로 사용하는 자유함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역동적인 자유함 조차 하나님의 포괄적인 은총 속에 놓여있다. 물론 주어진 자유됨의 은총이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자유됨을 선하게 사용해야 하는 역설 속에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를 다시금 제한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유를 오히려 더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쫓아서 우리의 자유를 즐겨 희생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를 역동적으로 누리는 것이다. 스스로 제한할 수 있는 자유야 말로 진정한 자유다. 따라서 하나님과 인간은 자유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함이 바로 하나님의 형상을 더 드러내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의와 자유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즐겨 희생하는 자유함'으로 펼쳐지는 것이며, 인간이 하나님의 일반 은총 속에 있다는 것을 모든 인간들과 나누는 것이다.

이 은총의 자유함 속에서 기독교인들은 세상과의 관계도 자유함을 누린다. 모든 인간에게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고 고통 받는 자들을 섬기며 사랑하는 자유를 누릴 때, 하나님께서 하락하신 인간의 가치와 존엄, 창조성을 발견한다. 우리가 인간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함과 창조성을 발휘하면 할수록 모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은총이 더욱 더 깊어지는 것이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우리의 자유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러한 자유함조차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 되는 것이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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