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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얼음꽃

그만, 꽃을 보고 말았습니다

문 밖의 세상은 하얗고 무관심마저 하얘서

얼음 속에 피어난 꽃





수레바퀴의 두 줄을 양손에 쥐고

돌아오는 길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하얗게 지워지고

속눈썹에 달린 방울들 잠이 무거워

노란 전열구 빛으로 떨어지고

모락모락 안개 숨어들던 털신발

아버지의 젖은 씨앗들을 다독이다가

생솔가지 타닥이는 눈물은 짜디짜게

검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을린 생각들은 휘휘 저어 불티로 꺼버리고

가슴에 담지 말아야 할 향기들

하얀 마당 가득 잿가루를 뿌렸습니다



계절마다 마음을 두고 심은 화분에는

꽃들이 곱게 피었다 갔습니다

화려한 눈속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꽃을 사랑 했습니다



얼음꽃, 하얗고 하얘서 기억마저 투명해지는

밤을 걸었던 그의 발자국이

어디에서 멈추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임의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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