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물 위에 잠
버들가지 위에 깨끗이 빨아놓은초록별들
낮에 놀던 어리광이 따다 띄운
부엌 창가에 민들레 한 송이
꽃가루 퉁퉁 앓는 밤
물에 뜬
발, 담그지 못하고
물의 빛
결 없는 무늬에 시들어가는
꽃송이
며칠을 앙다문 입술에서
한 잎 한 잎
생 이를 뽑아놓는
빈 자리 통증이
유리잔에 곪아간다
여물지 못한 씨방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보내고
꽃 위에 지는 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떠나고
물 위에 드는 잠.
임의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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