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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약

잠긴 목소리 어두워

눅눅한 등을 더듬으면

손바닥 가득

쓸려나오는 메아리



방이 쓸쓸하다

아플 때마다 독감은 처음이라/

둘둘 말린 이불을 끌어안고/

헝클어지는 팔과 다리

보라의 입술은

손가락 하나 부를 수없어

쉰 목련이 핀다

잘 있니, 라는 한 마디

창문에 찾아드는 볕 같은

밥은 챙겨먹어, 라는 한 마디

목젖을 넘어가는 솔바람 죽 같은

얼굴 시원하게 꾹 짚어주는 그늘 같은

아프지마, 라는 그 한 마디.


임의숙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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