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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동행과 부재-누가복음 5장1-11절

C. S. 루이스는 지옥을 "살아생전 하나님께 '제발 간섭하지말고 우리를 내버려 두라(Leave us alone)'고 애원하던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신은 인간과 동행을 선택했고 인간은 바로 그 신의 부재(absence)를꿈꾼다. 누가복음 5장에서도, 찾아오는 예수와 그 예수를 떠나달라고 간청하는 시몬베드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수께서는 무리에 둘러싸여서 말씀을 가르치다가, 게네사렛 호수가에서 어부들의 배를 발견하고 시몬 베드로의 배에 오르시어 배를 육지에게 조금 떨어지게 한 다음 계속해서 사람들을 가르치셨다(5:3). 예수는 시몬에게 더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으라고 하셨다(5:4). 그러자 밤새 고기를 잡지 못했던 시몬은 "밤새 못 잡았지만 말씀에 의지해서 그물을 던진다"면서 예수의 말씀을 따른다(5:5). 아마도 예수께서 배위에서 가르쳤던 내용이 상당이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혔고, 다른 배에 있는 자들이 도와서 그물을 올려보니 두 배에 가득 차게 되었다(5:6-7).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시몬은 예수의 무릎아래에 엎드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고 고백한다(5:8). 시몬과 다른 사람들이 놀랐으며 예수는 "무서워 말라"고 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시몬은 이 신비한 기적에 놀라고 두려웠을 것이다(5:9-10).

그런데 시몬은 왜 느닷없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면서 예수께 "나를 떠나 달라"고 했을까? 더구나 예수는 이런 시몬에게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할 것이다"라고 하시면서 시몬을 자신의 제자로 삼기까지 했다(5:10). "떠나달라는 자"까지 제자를 삼는 자는 예수는 누구일까? 그리고 "떠나 달라고 간청한" 것과는 정반대로, "모든 것을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간 그 시몬은 누구일까?(5:11).

다가옴과 떠남, 버림과 취함이 교차되는 묵직한 만남의 순간을 목격한다.



예수께서 "가르치고 행하고 부르는 과정"이 놀랍다. 인간의 죄악과 한계를 고발하고 위협해서 인간에게 선전포고한 것이 아니라, 밤새 어부들이 열심히 일한 그 일상의 현장 속으로 찾아와, 그들의 배에 올라서, 그 상실의 빈배를 가득 채우셨다. 그리고 "사람 낚는 어부"라는 새로운 일상을 제시했지만, "고기 낚는 어부"의 일상을 깊이 헤아리어 "취함"이라는 연속성을 강조하셨다. 동행받는 동행자 예수는 새로운 인간을 인류에게 제시하는 혁명의 하나님이지만, 인간의 자리를 자신속에 포용하고, 인간이 하나님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하고 취할 수있는 자리와 여백을 마련하신다.

시몬의 지켜봄ㆍ행함ㆍ고백ㆍ떠남의 과정 또한 놀랍다. 밤새 수고한 자신의 빈 배를 예수께 빌려드리고 예수의 곁을지키다가, 느닷없이 다시 그물을 던져야 했고, 고깃배 두 척으로도 다 감당할 수 없는 풍요의 기적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시몬은 배 두 척에 가득한 고기에 열광하기보다는 그 고기를 취하게 하신 예수께 자신을 꿇었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신의 부재를 원하는 인간의 동기는 다양하다. "인간의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신과의 투쟁, 인간 스스로 삶과 생명을 지탱하고 싶은 자유정신, 절대자의 개입이 폭력적 세상을 낳았다는 신 존재에 대한 절망, 알 수 없는 신 존재에대한 무의미함. 성경은 또 하나의 동기를 제시한다: 신의 임재로 인해 인간존재에 대한 깊은 자각.

하나님을 올바로 만나면 인간을 제대로 만난다. 신의 거울로 자신을 비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려운 자각, 이 처참한 고백이야말로 주를 따르고자 하는 가장 소중한 출발이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라는 탄식은 "주여 나를 취하소서"라는 열망으로 이끈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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