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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베토벤의 호사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11 레저 9면 기사입력 2020/01/10 17:39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던 해는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맞는 시기였다. 당시 모차르트 관련 음악회와 행사들로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거의 모든 음악회에 모차르트가 빠지는 일이 없었다. 수도권 지방정부에 속한 한 오케스트라는 23곡이나 되는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완주하는 프로젝트를 펼쳤고, 오페라단들은 앞다투어 그의 오페라를 올렸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모차르트 음악 전문 단체들은 특수를 누렸고, 영화 모차르트에 나왔던 음악들이 다시 큰 주목을 받았다. 모차르트라는 인물의 상징성에 200년이라는 숫자라 주는 특별함 때문이었다.

얼마 전 뉴스에는 한국 최초로 모차르트의 교향곡 46곡 전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소개되었다. 100곡이 넘어가는 하이든의 교향곡을 수년에 걸쳐서 완주하는 경우는 있지만, 1년이라는 비교적 단기간에 10번의 공연에 나누어 40곡이 넘는 곡을 연주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도전이다.

그런데 사실 올해의 주인공은 탄생 250주년을 맞는 베토벤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념행사와 음악회가 넘쳐난다. 필자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조차도 베토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함께 피아노 협주곡 5곡, 그리고 3중 협주곡까지 총 6곡을 3년에 걸쳐 연주하는 프로젝트이다.

카네기홀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공연을 소개하는 별도의 홍보 책자를 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프로젝트는 교향곡 전곡 연주를 두 개의 다른 악단에 의뢰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로, 존 엘리엇 가디너가 이끄는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의 전곡 연주이다. 1994년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 발매로 “무덤에 있는 베토벤을 불러왔다”는 평을 들었을 만큼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켰고, 지휘자인 존 엘리엇 가디너는 독일 음반비평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클래식 아티스트, 도이체 그라모폰의올해 아티스트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작곡가가 살았던 시대의 악기를 사용해 그때의 연주 방식을 재현하는 원전 악단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시대와 가장 근접한 모델이라면, 3월에 열리는 또 다른 전곡 연주의 중책이 맡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전혀 다른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메트 오페라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야닉네제세겡은 전통주의적 관점을 따라 차근차근 쌓아가는 연주를 추구한다기보다는, 특유의 에너지를 앞세워 생생한 소리를 끌어내는 지휘자이다. 이를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면, 베토벤은 그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는 점에서 가장 고전적인 베토벤과 가장 트렌디한 베토벤을 만날 기회인 셈이다.

피아니스트로도 명성을 크게 얻었던 베토벤은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는데, 안드라스 쉬프·미츠코 우치다·예핌 브론프만·엠마누엘 액스·마우리치오 폴리니·에프게니 키신 등의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이 카네기홀 무대에 차례로 등판해 전곡을 연주한다. 이외에 16곡의 현악사중주 전곡, 요요마와 카바코스, 그리고 엠마누엘 액스가 피아노 트리오와 중요 소나타들도 만나볼 수 있다. 뉴욕은 그야말로 베토벤 풍년이다. 250년이라는 세월을 저항하며 살아남은 그가 누려야 할 당연한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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