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촛농으로 쌓은 성에 갇힌 적이 있다
위풍당당한 바람의 야생마들이었다발굽 소리를 몰고 사흘 밤낮을 달려온
군단은 내 이마 위에다 진지를 구축했다
소문만으로 이들의 전언을 익히 알고 있던
나는 근심으로 무거운 머리를 조아렸고
그 위에다 갈겨대는
야생마들의 오줌 세례는 폭포처럼 대단하였다
떠돌이 생활에 넌더리가 날 때마다
무한 반복적으로 일으켜온 바람의 반란,
이것은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큰 세력임을 망각할 때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들을 유쾌한 친구로만 여겼던 나는
눈먼 짐승처럼 구석으로 숨어들었고
바람과 구름의 교미 냄새를 맡으며 밤새도록 시달렸다
빠르게 확장되는 바람의 세력
안장과 채찍 없이도 달려 할 때와 방향을 아는
이들이 수시로 이동하고 있음이 감지되었지만
나는 촛농으로 쌓은 성에 갇혀서 여전히 불안해했다
물론 그들의 원칙은 알고 있었다
가던 등을 되돌려
방금 전에 쳤던 마을을 다시금 칠 정도로 야비하지는 않다는 거
한 번 지나가면
그뿐이라는 원칙만큼은 철저한 것이 바람이라는 거
그것을 알면서도 나는 바람의 방향을 지시하던
팜 트리의 무수한 팔이 지쳐 떨어질 때에서야
촛농을 하나하나 떼어내면서 출구를 만들었다
한혜영 / 시인·플로리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