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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우린 언제 곧 만날 것입니다

손정아 / 시인·퀸즈
손정아 / 시인·퀸즈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5/16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20/05/15 19:07

삽시간에 날아가던 시간도
밝고 어둠별로 나누어지니 심히 길어지고 있습니다
얼굴 잊을까 전합니다 어찌 지나십니까

그리움이 쓰다는 것도 약이고 창밖이 밝다는 것도 병이고
첩첩산중이 아니어도 오리무중의 길에 선 하루
한 치 앞이 거리 밖이고 한 치 앞이 마음입니다

돌금으로 쌓아 올린 그리움을 한 장 한 장 뜯어내며
죽도록 말라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살고 보니
이제야 세상 겉핥고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늦은 나이에 오늘이라도 철이 들고 있으니
다행이라 해두겠습니다

문 앞이 십 리 밖 어릴 적 뛰던 길보다 더 멀어
기침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별일 없이 평안하십니까
오늘도 누구의 인사를 받습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붑니다
봄꽃은 벌써 지고 감나무에 새잎도 눈을 떴습니다

보리누름 두꺼워질 때면 발효되지 않은
이 해의 기억이
공포로 떠오를 과거를 열어 놓고
거리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이웃을 향해
생명의 자구책인 일회용 장갑을 흔들어 봅니다
갑자기 보이지 않은 이유를 물을 수가 없으니

지금은 생으로 잘리고 있는 시간도 감사하여
아프지 않기를 안부를 드립니다
우린 언제 곧 만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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