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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불시에 하얀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5/23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20/05/22 16:02

불시에 하얀 재로 돌아왔다

이름표를 달고



믿어야 하나

믿어야 한다

믿기로 한다



숨을 헐떡이며 응급실행 한 달 전이다

역병은 가족도 장례도

슬픔도 절망도

하얗게 증발시킨다



무로 태어나서 무로 간다

하얗게 태어나서 하얗게 간다



산다는 것은 색을 입히는 과정

노랑으로 옹알이하고

분홍 파랑으로 색색거리다

빨강을 피운다

기쁨과 슬픔

환희와 노여움 속을

몇천번 만번 진동하다가

자줏빛으로 번지다가

청회색으로 사그라지는



입술 없이 하는 말들이

하늘에 머문다



진한 기억들이 서서히 시들어가고

그에 대한

기억의 온도가 식어갈 때쯤

이 생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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