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5월의 빛
아무도 구부리지 못하는 완력구름이 막아선다
하늘의 빈자리인 먹구름이
빛이 보이는 곳에는 바다가 곱다
두툼한 겉옷을 벗어 던진 듯한 알몸의
원시의 바다
붉은 모란 꽃봉오리 쓰다듬는 손길
겹겹이 쌓인 꽃잎에 속삭이는 님의 소리
침묵이 까맣게 꽃잎을 덮는다
한 떼의소란스러운 바람에 꽃들이 흔들린다
내키지 않는 부두를 떠나야 하는 돛단배들이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아침을 위해
미래는 현재를 곰삭이고 있다
물아래 어둠까지도 끓어 올리려
곧게 내리쏘는 햇빛
사계절 이전에 주어진 무지개와의 약속
멀리 더 넓게 뻗어 나가야 할 붉은 화살들
씨를 뿌리게 하는 안개의 슬기로움 위에도
망각의 강물에 까지도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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