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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책 읽는 여자와 다투지 마라

리버사이드 공원에서 건너다보는 뉴저지는 무성한 나뭇잎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한다. 그리움이 뭉클 샘솟는다. 2월 북클럽에서 만난 후 보지 못한 친구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시선은 자연히 허드슨강 건너로 간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뉴저지가 훤히 보이는 겨울이 오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글쎄, 밖에 나가면 주위 사람들을 바이러스 보균자라고 생각하며 조심하는 요즈음 모두가 예방주사를 맞기 전에는 만나기 쉽지 않을 거다.

북클럽 친구들은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점잖다. 그리고 보통 아줌마들과는 다르다. 지혜롭고 재치 있다. 또한 하루를 허튼 데에 보내지 않고 꾸준히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며 산다. 얼마 전, 그중 한 친구가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책 읽는 여자의 재치가 놀랍고 부러워 영어로 보내온 것을 번역하고 긴 글을 조금 수정했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은 몇 시간 동안의 낚시를 마치고 오두막으로 돌아와 낮잠을 잔다. 호수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아내는 날씨가 좋아서 배를 타고 나간다. 그녀는 닻을 내리고 책을 읽는다. 보트를 탄 금렵구 관리자가 여자 옆으로 다가선다. “안녕하십니까, 부인, 뭐 하시는 겁니까?” 그녀는 “책을 읽어요”라고 대답했다. “당신은 낚시 금지 구역에 있소.” “경관님, 낚시가 아니라 책을 읽는 겁니다.” “하지만 낚시 장비를 다 가지고 있지 않소. 내가 당신에게 티켓을 줘야겠소.” “하지만 경관님, 난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다고요.” “그러나 내가 아는 한 당신은 언제든지 낚시할 수 있기 때문에 티켓을 줘야겠소. 벌금을 내야 할 거요.” “당신이 그렇게 하겠다면 나도 당신을 성폭행 혐의를 적용해야겠어요”라고 부인은 말했다. “하지만 난 당신을 건드리지 않았소”라고 경관은 말했다 “그렇지만 당신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잖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부인” 하고 그는 즉시 떠났다.

‘책 읽는 여자와 다투지 마라. 책 읽는 여자는 생각할 줄 안다. 물론 신은 여자보다 남자를 먼저 창조했다. 그러나 항상 걸작을 만들기 전에 먼저 대충 초안을 만든다.’



오래전, 나는 차를 몰고 나와 스탑 사인에 서지 않고 지나쳤다. 경찰에게 잡혔다. “너 스탑 사인에 서지 않았어. 티켓을 줘야겠다.” “나 지금 남편하고 싸우고 나왔어. 정신이 없어서 스탑 사인이 보이지 않았어. 나 정말 죽고 싶다. 네 마음대로 해”라고 내가 대답하자. “진정해. 집이 어디야? 함께 가자.” 경관은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이번 한 번은 봐준다”며 내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글 속의 당당한 여자의 재치와는 차원이 다른, 동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나의 처신은 유치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재치 있고 당당하게 처신할 수 있을까? 머리가 좋아진다는 책을 부지런히 읽고 또 읽어야겠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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