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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주머니 속에 당신을 펼치는 날

나는 당신을 접을 수도 펼 수도 입맞춤할 수도

책방에서, 산에서, 언덕을 넘으며 언제나 어디에서나

접어서 들고 다니는 나의 고독처럼

속주머니 속에 당신을 넣고 걷는 오후





사람 그림자라곤 없는 비 내리는 강둑

물가에 심어진 나무 아래 우산을 받치고

마음껏 당신을 펼치는 날

비닐우산 위에 떨어지는 동그란 눈물

당신이 아파하면 내가 못 떠나지

마지막 손으로 훔친 것은 웃음이었네,



고독을 접어 등 뒤에 강을 두고 발걸음 옮기는 데

왼쪽 가슴에 통증도 가려움증도 아닌

당신이 묻는 거군요

네,

그립지 않습니다.

당신, 보낸 적 없었으니까


곽애리 / 시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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