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산다는 것은
무엇들이 빠질 것 같지 않은 수렁엔새롭게 눈을 뜨는 오늘이 있었다
분명한 것은 날마다 오고 다시 가는 것을
잡지 못하고 작아지고 있다는 것
가슴으로 뻗친 줄기가 어디까지인지 그 끝은 모르고
두꺼운 표피 속으로 파고드는 거친 각질들을 매달고
아직도 부러진 한쪽 팔로 물살을 젖히며
뗏목의 만조를 기다리는 일
늘 채우려다 더 깎인 웅덩이에 웅숭크린 가시 줄기
서걱대는 눈가를 무던히도 찌르고
바람이 분다
너의 인연을 묻는
골짜기마다 쓰다듬고 내려가는 붉은 해를 안고
혼자 잠이 드는 구름의 자리
모든 것들이 반나절로 찍힌 사진첩에서
토막을 꺼내어 죽도록 이어가는
산다는 것은
그렇게 무늬를 짜다가 잠이 드는 것
내일을 채우는 불울 다시 켜고
힘에 부친 한 계단 오르고
깔깔한 껍질을 밀어내는 뗏목의 주인
나비가 웃는 것을 보지 못하고 떨어지는 꽃잎도
마지막 순간을 여미는데
빗물이 고여도 제 몸 접지 못하고
지면의 해수를 살피는 살아 있는 날갯짓이여
산다는 것은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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