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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Big4의 가을

지난 3월 10일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했던 루이 랑그리(Louis Langree)와의 연주 직후 게르기에프가 이끄는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12일부터 연주될 예정이었다. 이 시기는 뉴욕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위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다. 뉴욕 필하모닉의 CEO인 데보라보르다(Deborah Borda)는 카네기홀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인 클라이브 길린슨(Clive Gillinson)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피터 겔브(Peter Gelb) 단장과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 세 명의 단체장들은 더는 공연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남은 시즌을 전격 취소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뉴욕필은 예정되었던 유럽 투어를 취소했고, 악단 사무국 재택근무 체제로 돌렸다. 긴급 이사회가 개최되었고, 음악감독 얍 판 즈베덴과 매일 연락을 주고받으며 필요한 대책들을 세워나갔다. 단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탄생한 ‘NY Phil Plays On’를 통해 뉴욕 필하모닉의 무료 온라인 콘텐츠 시리즈가 런칭되었다. 시즌 취소 결정 직후, 10일 동안 벌어졌던 숨 가뿐 변화였다.

약 3개월이 지난 6월 1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로비를 배경으로 한 영상에 피터 겔브 단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9월 말 ‘아이다’로 시작될 2020~2021시즌의 가을 공연 전체를 취소하고, 12월 31일에 시즌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겔브 단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대형 오페라 공연은 공존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이 결정은 의료 전문가와 뉴욕 주정부의 방침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첫 공연의 날짜를 연말로 특정했지만, 만일 이 시점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할 수준으로 상황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피트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도, 무대 위의 합창단도, 그리고 스타 성악가들의 눈부신 향연도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겔브 단장의 발표 열흘 후, 뉴욕 필하모닉도 2020~2021 시즌이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려왔다. 메트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시즌 전반의 모든 공연을 취소하고 2021년 1월 6일에 공연을 재개한다는 내용이었다. 취소된 공연 중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뉴욕필 정기공연 데뷔 무대와 함께, 지휘자 김은선의 뉴욕필 데뷔, 작곡가 김택수의 ‘더부 산조’의 공연이 포함되어 있었다.

뉴욕의 신문 매체인 데일리뉴스(Daily News)는 메트 오페라의 시즌 취소에 따른 예측 손실액이 6000만 달러(60 million)에 달할 것이라며, 지난 4월부터 연방정부의 실업 급여를 받게 된 극장의 정단원들과는 달리, 수많은 계약직 단원과 모든 무용수는 재정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반면 3월 10일 연주를 끝으로 활동이 중단된 뉴욕필의 상황은 괜찮은 편이다. 공식 시즌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던 최근까지 단원들의 급여는 약간의 조정을 거쳐 모두 지급되었고, 의료보험은 오는 9월까지 변동 없이 보장될 것이라고 데보라보르다는WQXR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뉴욕필의 비올라 부수석 주자인 쏭 우(Cong Wu)에 의하면 지난 2016년에 체결되었던 단원들의 계약이 9월 20일에 종료된다. 이는 9월 21일부터 적용될 새로운 계약이 다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연주 없이 시간을 보낸 대형 악단의 단원 처우가 새로운 계약에 어떻게 반영될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을 상징하는 Big4, 카네기홀, 링컨센터, 뉴욕필, 메트 오페라와 같은 거대 단체들을 만날 수 없는 가을을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던가. 최근 뉴욕필은 ‘NY Phil Bandwag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작은 트럭을 개조해 필요한 음향장비와 조명을 싣고 맨해튼을 순회하며 콘서트를 여는 일종의 거리음악회이다. 단원들은 연말까지 문을 닫은 링컨센터가 아닌 뉴욕 중심가를 돌며 뉴요커들을 만난다.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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