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구월은
엷어진 가을 햇살을 받아서늘해진 바람결에
주홍빛으로 물드는 나뭇잎
구월은 온다
큰 그늘이 되어주었던
우뚝 선 길가의 가로수
바람에 휘어지고 부러져
조용히 고개 숙이고 줄지어 서 있다.
들판에는 가느다란 옥수숫대
색 바래가고
빨간 사과 향기롭게 무르익어간다.
가을 숲은 땅과 가까워진 나무들이
서로 가슴 맞대고 사각거리며
땅을 덮고 누워있다.
빛나고 이름난 모든 것
익어가고 수그러들고 따뜻해지고
헐거워지는 구월은
마치 모차르트의레퀴엠을 듣는 것처럼
슬프고 아름답고 거룩하다.
늦은 오후의 황금빛 햇살은
금잔화 누른 잎에 잠이 든다
이춘희 / 수필가·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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