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그녀의 집에는 10개의 창이 있어
분주한 손과 발은 열어놓은 창과 닫힌 창의 온도를 조절하는 일엄마의 자궁, 부엌의 창 앞에 앉자, 낮 꿈을 꾸다
예고편을 읽어내려는 두 눈 같은 큰 거실의 창 앞에 앉자
옷을 입고 옷을 벗는 나무
계절의 언어를 해독하다 턱을 괴는 여인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고요를 끌고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
발로만 천지를 헤매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림은 손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닌가 봐
몸으로 생을 그려내는 여인
우울을 쓸어내리듯 머리를 빗질하고 욕실 문을 여는 손, 쿵, 바닥에 떨어지는 샤워기
수다스러운 창의 울림에 문풍지를 달 듯 두 귀를 막는 떨리는 손
그녀의 열 개의 창엔 바람 잘 날 없어
비 눈물이 흘러 자국을 만들고 균열이 생겨 뒤틀리고 갈라져
창과 창, 사이 닦아도 지지 않는 얼룩이 생겼구나
수천 번을 열고 닫던 창을 바라보다, 그 안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 귀를 세우니
미세하게 떨리는 창의 숨소리,
세월을 건너가는 당신,
곽애리 / 시인·뉴저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