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노 뉴스 굿 뉴스
명절이나 생일마다 사람들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투덜댄다. 선물을 받지 못했다고, 며느리가 연락하지 않아 섭섭하다고.며느리, 시어머니라는 존재 이전에 그들도 한 인간이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불행하고 힘들게 한다며 참을 이유는 없다.
요즈음 세상은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직장 다니고 사회 활동하느라 모두가 바쁘다. 먹을 것이 지천이요 집안엔 물건으로 가득 찼는데 뭐가 더 먹고 싶고 가지고 싶단 말인가. 각자 먹고 싶은 것 사서 먹고, 사고 싶은 물건 사면 되지. 누가 누구를 챙기지 않았다고 불평 불만하면 자신과 가족이 힘들어져 물심양면으로 손해다. 서로가 자유롭게 살고 싶은 데로 내버려 두는 것이 선물이요 배려가 아닐까?
누구에게 사랑과 관심받을 생각 말고 자신을 사랑하며 바쁘게 사는 것이 자신과 가족을 위하는 길이다. 나도 언젠가는 며느리를 볼지 모른다. 결혼할 생각들을 전혀 하지 않고 일만 하는 자식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그저 저희 좋을 데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이 효도다.
“엄마, 생스기빙인데요. 갈까요?”
갈래요. 가 아니라 갈까요? 로 묻는다. 질문의 의미는 바쁘다는 뜻이다. 바쁜 아이 오라 가라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만나지 않고 주의하며 잘 견뎠는데 요번 생스기빙은건너뛰자. 바이러스 약이 나왔다니 주사나 맞고서 만나자.”
“엄마는 나 보고 싶지 않아요?
“보고 싶지만, 엄마 보러 오다가 바이러스 걸리면 어쩌려고.”
“뭐 필요한 것 있어요?”
“필요한 것 없다. 전화해 줘서 고맙다.”
나도 너희 나이에 엄청 바빴다. 연애하느라, 친구들과 노느라 내가 왜 그걸 모르랴. 멀리 산다면 모를까 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갈 수 있는 지척에 사는데. 실은 나도 바빠서.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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