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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들짐승 증세

수도꼭지를 틀기보다
목마름 적셔 줄
산골짝 맑은 샘 떠올린다

바람 부는 날
들판 내 닫으며
몸속 침전물들 다 날리고 싶다



별빛 헤며 잠들고
달빛 아래 사랑 짓기를
꿈꾸는 내게는
우랄 산맥을 넘으며 동쪽으로 달려온
원초적 피가 아직 너무 많은지 몰라

기계 앞에 주눅 들고
요리보다는 날 것이 더 반갑다
불이 무섭고도 좋아
모닥불 앞에서 밤새운 적도 많았지

너무 늦기 전
언젠가 느리고 기인 날들 잡아
어슬렁 옛 발자취 찾아
산 넘고 물 건너 헤매고 싶지만
내 감각 모두
그 길 찾기엔 너무 퇴화해 버렸겠지

하룻밤 안전한 잠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그 삶에 대한
헛꿈
모질게 정 떼려 애써 보지만

가을이면 도지는 들짐승 증세


성정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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