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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마음 채우기, 마음 비우기

필자가 중학교 때 변비로 몇 년간 고생한 적이 있다. 변비로 인한 육신의 불편함 혹은 고통의 원인은 단순했다. 먹은 것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숨이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지 않는다면 목숨이 위태로워지고, 호수에 들어가는 물만 있고 나가는 물이 없으면 그곳의 물은 썩게 된다. 육신과 자연에서 보듯, 이렇게 단순하고 분명한 진리가 우리 마음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생각해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 한국 가는 비행기에 10대 후반의 학생이 옆에 앉아 있었다. 학생은 무엇인가를 한참 찾더니 랩톱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음악도 못 듣고, 게임 등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요즘은 체육 시설에서도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본다. 이렇듯 평상시 우리 마음이 고요하고 평정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보거나 듣거나 읽는 등 우리의 마음은 항상 무엇인가를 쫓고 있다.

운동 후에는 육신의 휴식이 필요하듯, 정신에서도 좋은 휴식이 필요하다. 잘 쉰다는 것은 여러 정보와 생각으로 채워진 마음을 잘 비운다는 것이다. 저울 위에 물건이 없는데도 저울 눈금이 영을 가리키지 못한다면 그 저울은 고장 난 저울이다. 항상 무엇을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며 사는 우리의 마음은 실제 고장 난 저울과 같다. 우리가 삶에 지치고 초조해하며 분노를 느끼고 급기야 노이로제와 정신병 등으로 발전되는 것도 근원적으로 우리의 마음 저울이 영을 가리키지 못하고 고장 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몇 년 전 JFK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컴퓨터로 작업하던 중 컴퓨터가 갑자기 작동되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다. 컴퓨터에 능하지 못해 옆에 있는 청년에게 도움을 청하자 그는 일단 컴퓨터를 끄고 다시 켜보라고 한다. 컴퓨터를 껐다가 켜보니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필자는 한 깨우침을 얻었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문제에 봉착할 때 이런저런 분석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잘 쉬게 하고 다시 시작하면 많은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 필자는 핸드폰이 작동 안 되면, 일단 핸드폰을 끄고 다시 키는데, 많은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을 경험한다.



우리가 잘 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헛된 세속적인 욕심으로 과한 것을 취하고 이루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기인한다. 욕망이라는 힘센 전차에 우리의 인생과 마음이 힘없이 끌려가는 것이다. 우리가 참으로 잘 쉬기 위해서는 바른 가치관과 인생관을 세우고, 인생에서 무엇이 참으로 가치 있고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가를 잘 생각하여 인생의 진로를 정당하게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입는 옷과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수의는 겉보기에는 같지만, 차이가 있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아기가 울면서 세상에 나올 때 주먹을 쥐고 있지만, 죽는 사람들은 손을 펴고 세상을 떠난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돌아간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는 “사람이 평생에 비록 많은 전곡을 벌어 놓았다 하더라도 죽을 때에는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나니,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을 어찌 영원한 내 것이라 하리오. 영원히 나의 소유를 만들기로 하면, 생전에 어느 방면으로든지 남을 위하여 노력과 보시를 많이 하되 상(相)에 주하이 없는 보시로써 무루(無漏)의 복덕을 쌓아야 할 것이요, 참으로 영원한 나의 소유는 정법에 대한 서원과 그것을 수행한 마음의 힘이니, 서원과 마음공부에 끊임없는 공을 쌓아야 한없는 세상에 혜복의 주인공이 된다”고 말했다.

죽기 직전에 많은 사람이, 돈을 적게 벌어서, 혹은 성공을 못 해서 후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태반의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치 있는 것을 인생에서 발견하지 못했거나, 가치 있는 삶을 추구했지 못해서, 혹은 남에게 맞추기 위한 인생을 산 것만 같아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 것 등을 후회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진리적인 것을 추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짐을 편히 내려놓고 참으로 쉴 수 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다르마 명상센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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