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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십자가, 그리고 성찬(막14:22-25)

지난 두 차례의 칼럼에서, 한편으로 인간의 육을 형성하는 빵과 물고기의 부스러기조차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예수와(요6:12), 다른 한편으로 “육은 무익하다”며 인간의 육체의 유한함과 영생을 주시는 자신의 몸과 피를 비교하는 말씀을 다루었다(요6:50-51, 63). 그런데, 많은 제자들은 이 말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예수를 떠난다(요6:66). 우리는 이 말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예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 영원한 생명이다(요6:53)는 이 말씀을 성찬에 관한 말씀으로 이해하는 자들이 많다. 그런데 성찬에서 “비로소” 우리는 예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가? 마가복음 14장의 최후의 만찬을 배경으로 요한복음 6장을 이해하고, 최후의 만찬이 성찬을 제정하신 것으로 해석할 경우, 성찬에서 비로소 우리는 예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신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①만약 예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 영생이고, ②성찬에서 비로소 그 일이 일어난다면, ③성찬이 바로 구원이 되어 버린다. 정말 그런가? 최후의 만찬을 조금 더 살펴보자.

십자가에 달리시기 하루 전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께서는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면서 “받으라 이것이 내 몸이다.” 포도주잔을 나누면서, “이 잔은 많은 사람을 위해서 흘리는 (새)언약의 피다”라고 선포하셨다(막14:22, 24). 최후의 만찬에 관한 말씀은 공관복음과 고린도전서에서 4번 등장하는데, 누가복음 22:19, 고린도전서 11:24에서는 “이것을 기념하라”는 말씀이 있어서 최후의 만찬은 성찬을 제정하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두 곳, 마가복음 14장과 마태복음 26장에서는 “이것을 기념하라”는 말씀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께서 선포하시는 것은 “성찬”이라기보다는 그 성찬의 원형(archetype)이 되는 “예수의 십자가 사건”이 아닐까?

마가복음 14장 24절의 “언약”은 비잔틴 텍스트에서 “새” 언약이라고 기록하고 있고, 히브리서는 “새언약”을 예레미야와 연결지으면서 성찬이 아니라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해석한다. 예레미야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남편이었지만, 이스라엘은 그 언약을 파괴했기 때문에 이제 새언약을 세우는데 이 새 언약은 하나님의 법을 그들의 마음에 새기는 것이며 이로 인해 하나님은 죄악을 더는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고 선포한다. 그런데 히브리서는 이 말씀을 그대로 옮기면서(히8:8-12), 새 언약을 “예수의 십자가의 피”라고 해석한다(히9:12-15; 12:24). 더 중요한 것은 새 언약의 내용이다. 구 언약에서 하나님은 우리 곁에 계신 분이라면, 새 언약에서 하나님은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 가슴에 새겨진 분이며, 이로 인해 우리의 죄가 용서받을 것이다. 최후의 만찬에서 자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선포하면서, 예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으로 자신이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 가슴에 새겨지고 우리의 죄가 용서받을 것이라는 새로운 언약의 신비, 복음의 핵심을 증거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죽음으로 자신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다. 이로 인해서 우리는 성찬에서 예수의 죽음에 참여하게 된다. 십자가가 성찬의 원형이고 성찬은 십자가에 참여하는 것이다. 성찬은 단순한 상징도 아니요, 비로소 하나님과 연합을 만들어내는 마술도 아니다. 예수께서 자신의 몸과 피를 이미 십자가에서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고, 성찬에서는 이미 우리 안에 새겨진 예수의 몸과 피를 “참으로” 먹고 마시는 것이다. 이 신비가 사순절 동안 늘 함께하시기를 소망하고 기도드린다.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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