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너무나 슬픈 죽음들
어느 80대의 일기장(82)
* 지난 4월 초 뉴저지주 클립사이드 파크 W 아파트에 사는 김 모씨 (83)가 19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실족사나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였다. 노령자들의 하루 하루 삶의 정황을 동년배로서 상상할 수 있는 나로서는 자꾸 '자살' 쪽에 심증 (心證)이 간다.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슬픈 죽음이다.
* 지난 3월 말, 한국 충남 서천, 장 모(72)씨 집에 불이 났다. 당시 집 안엔 1년 여 전에 다리 수술을 받고 거동이 불편한 아내 박 모(69)씨가 혼자 있었다. 집 근처 비닐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던 장씨는 이웃들의 적극 만류를 완강히 뿌리치고 아내를 구하려 불속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두 사람 모두 불타 숨졌다.
* 지난 4월 말 플러싱에 사는 서 모 씨(65)가 불에 탄 차량 안에서 발견됐다. 서 씨는 발견 당시 숨져 있었으며 온 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있었다. 경찰은 그 이틀 전 서 씨의 부인으로부터 "남편이 자살을 하려 한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한다.
* 또한 지난 4월 말 펜실베이니아주 벅스카운티 한 아파트에서 서울서 방문차 온 김성희(63)씨가 친 어머니 장정숙(90)씨의 머리를 수 차례 때리고 얼굴을 흉기로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김씨는 911에 전화를 걸어 "내가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자진 신고까지 했다 한다. 육순(六旬) 딸이 구순(九旬) 노모를 살해하려 서울서 미국까지 원정(?)을? 한국서 빈발한다는 노-노(老-老) 학대가 이 땅에서까지 벌어진다니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 지남 1월 서울 성북구 한 임대 아파트에서 김 모 (74)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3년 전 아내의 치매 증세가 심해지자 요양 병원에 보내고 혼자 살고 있었다. "나도 치매 증세가 나타난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라는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 지난 1월 말 인천에 사는 A(57)씨는 어머니 B(79)씨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 B씨가 현관에서 넘어져 대퇴부 골절로 거동을 못하게 되고, 치매 증세가 점점 악화되자 "형제들의 짐을 덜어 주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법정에서 증언. 범행 후 자신도 흉기로 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했다.
* 다음은 어느 친구의 전언-뉴욕 롱아일랜드 가든시티에 살던 아이리시계 여인 Ginger씨, "나는 90세가 되면 죽겠다"고 항상 말을 해왔다고 한다. 90세가 되던 작년 5월 말 경부터 식사량을 서서히 줄이기 시작, 몇 주 후 기진맥진(氣盡脈盡),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후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의도적인 단식사(斷食死),
아사(餓死), 기사(飢死=饑死)인 것 같이 보인다.
별별 죽음(형태)이 다 있겠지만, 너무나 슬프고 비극적인 죽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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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자리를 빌어, 비명(非命)에 가신 고 김영근 교수님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빕니다.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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