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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무위도식(無爲徒食)

살아가며 죽어가며
어느 80대의 일기장(90)

무위자연 (無爲自然)과 무위도식(無爲徒食), 두 성어(成語)간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 있다면 어떻게 연관될까? 우선 글자 풀이를 해보자. 무위(無爲)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음" 또는 "작위(作爲)가 없는 자연 그대로"라는 뜻이다. 곧 유위(有爲) 또는 인위(人爲)의 반대를 말한다.

그리해서 '무위도식'은 "하는 일 없이 거저 놀고 먹음"을 일컫는다. 그러면 '무위자연'은? 도가(道家) 노장(老莊) 사상의 중요 개념인데 그 뜻 풀이가 참으로 어렵다. 그 개념 서술이 너무나 동어이의(同語異義), 모순당착(矛盾撞着)이 심해 이성적, 논리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으로선 이해하기가 난삽(難澁)하기 그지 없다. 그런 무지를 무릅쓰고 내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그 풀이를 해 본다.

'무위자연'에서 '무위'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음(non-action)을 넘어 '함이 없는 함(無爲之爲)'을 뜻한다. '쓸모 없음의 쓸모(無用之用)'와 같은 맥락이다. 노자는 말한다. "무위에 이르면 하지 못하는 게 없게 된다(無爲而無爲不爲)." "도(道)는 늘 함이 없으면서도 하지 아니함이 없다(道常無爲 而無不爲)."

그리고 '자연'은 "만물의 본래의 성질이나 모습에 어긋나지 않는 처음 그대로의 모습 (Wild Nature)"을 말하는데, 이에 거스르지 않는 것을 '무위' 라고 한다. 또한 여기서 '자연'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삼라만상(森羅萬象) 대(大) 자연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흐름, 운행, 법칙 등 일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 '자연'에 아무 '인위(人爲)'를 가하지 않는 것을 '무위자연'이라고 한다.



이 두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죽음을 내일 모레 앞둔 고령자들의 하루 하루 삶과 연관시켜 생각해 본다.

비슷한 나이 동년배의 많은 사람들이 아무 '하는 일 없이' 하루 세끼 밥을 먹고 지낸다. '무위도식'의 생활이다. 여기서 '하는(爲) 일'이란 밥벌이 등 '뭣을 위한' 생산성 있는 일을 말함은 물론이다. 그러면 노인들에게 붙는 '무위도식'이란 이 불명예(?), 어떻게 벗어나는 길이 없을까?

여기서 '무위자연'을 생각한다. 아무 것도 안 하면서 뭔가 한다는 '함이 없는 함'을 되새겨 본다. 늙어가고, 병 잦고, 죽는 것은 우리가 어쩔 수가 없다. 자연의 법칙이다. 이 자연 법칙은 우리의 인위를 벗어난다. 따라서 이에 뭣을 어떻게 해보려 해봐야 한갓 '무위'에 그친다. 불가항력적인 자연 법칙, 순순히 받아들이고(順天命) 편안히 수용(受容) 하는 수 밖에 없다. 이 것이 '함이 없는 함', 곧 '불위지위' 이다.

비록 하루 하루 '무위도식'은 하지만 이렇게 '무위자연', 유유자적(悠悠自適) 하고 싶은데 짓궂은 사람들이 이에 또 딴지(?)를 건다. "삶의 의미를 알고 '무위의 삶'을 살면 '무위도식'이 아니지만, 그렇지 못하면 밥만 축내는 '밥 벌레'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의미 없는 삶의 연장으로의 '나이 먹음'은 추하기 이를 데 없다"라고.

죽음이 내일 모레인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래 저래 '잘 죽는(well-dying)' 길도 결코 평탄치 않은 것 같다. https://dmj36.blogspot.com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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