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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기다림의 끝: 사랑!

김문수 / 퀸즈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낙옆이 휘날리던 만추가 어제 같은데 어느덧 눈 내리는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많은 눈이 내린다는 뉴스에 사제관 신부들이 함께 금요일 저녁식사 때 담소를 나누다 문득 어느 신부가 질문을 합니다. "내일 오는 눈이 첫눈인가요 아님 지나번 아침 살짝 뿌린 싸라기눈이 첫눈인가요?" 다른 신부님이 "싸라기눈이 왔었어요? 난 못봤는데…" 그러다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만약 첫눈이 내리는 날 만나기로 했다면 지난번 싸라기눈 때인가요 아님 내일 인가요?" "혹시 잠시 뿌린 싸라기눈을 보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안나왔으면 그 사람은 눈이 올 때마다 나가야겠네요. 만나려는 사람이 나올 때 까지…" 우리 모두 한바탕 웃으며 또 다른 신부가 말합니다. "그러면 약속할 때 정해야겠네요. '우리 첫 눈 오는 날 만나요. 첫눈의 기준은 기상청 예보로 1cm 이상이 올 때로 해요." 이 말에 또 한바탕 웃습니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따지다 보면 너무 어렵고 복잡해지는 듯 합니다. 하느님은 모세에게 10계명만 주었는데 나중에는 모세 5경에 613계명으로 늘어납니다. 삶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단 2개의 계명으로 압축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불편함.어려움.두려움도 극복하는 힘이 있으니 이렇게 복잡한 삶을 단순.순수하고 평화롭게 만들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묘약(?)을 갖고 우리에게 예수님이 2000년 전 오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구세주 예수님께서 오심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준비합니다. 바로 대림시기입니다. '대림'이란 말은 '오심을 기다림'이란 뜻의 한자어로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를 표현하는데 영어로는 'Advent'라고 합니다. 그 어원은 라틴어로 '도달하다' '도착하다'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말 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느낌을 줍니다.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막 도착하는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기다림입니다. 따라서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는 때이며 구체적 준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기다림의 끝은 크리스마스입니다. 하느님의 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입니다. 그런데 믿는 이들이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성탄을 그 의미도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이들도 우리의 설렘과 기다림에 덩달아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 대림과 성탄의 12월이 되면 온 세상이 들뜨고 즐거워합니다.

어찌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들고 성탄이 너무 세속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들지만 이 겨울 세상의 즐거움과 설렘의 중심에 예수님께서 계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동심원을 그리며 멀리 퍼져가 연못가에 도달하는 데 그 때쯤이면 그 돌이 어디에 떨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물결은 이미 연못 전체를 흔들어 놓습니다. 마찬가지로 세밑 성탄과 함께 흥청망청 타락하는 이들도 있지만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반성하고 이웃을 도와주고 추운 겨울 움추리지 않고 활기차게 더불어 함께 즐긴다는 것은 바로 예수님의 뜻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마르 9:40)

지금 우리가 지내는 대림절은 온 세상이 예수님을 환영하는 듯 합니다. 거리마다 걸린 장식과 동네마다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와 아기 예수 구유는 우리와 함께하는 하느님 즉 임마뉴엘을 세상에 선포 합니다. 그 아름다운 성탄 장식에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탄성에 세상은 동심으로 돌아가고 하느님의 사랑이 자연스레 피어납니다. 이렇게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의 기적은 바로 장년이 된 지금도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고 주변을 보는 눈이 순진해지는 것 같습니다.

2000년 전 이스라엘의 작은 고을 베들레헴에서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가장 낮고 더러운 곳에 가장 약한 갓난 아이로 세상에 태어난 사건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절대적 사랑의 표현이며 아기 예수님이 그 사랑의 정체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탄생을 아이같은 순수함으로 설레며 기뻐하고 아이같은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착한 일을 하려는 아이의 모습이 영악함이 아니라 순진함이고 누군가의 성탄 선물을 사러 쇼핑몰을 온종일 돌아다니며 힘들어하는 모습은 고통이 아니라 행복입니다. 비싸고 화려한 선물이 아니라서 부끄러워하는 어른의 모습이 아닌 작은 손으로 그린 카드와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먹지 않고 참아 은박지에 싸서 엄마에게 드리는 아이의 모습이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이길 예수님은 바라실 것입니다.

그래서 12월의 겨울은 춥지만 대림과 성탄은 참으로 따뜻합니다. 바로 대림 성탄은 서로 따지고 단죄하고 편가르는 세상의 축제가 아니라 용서하고 화해하고 화합하는 하느님의 사랑의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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