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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여호와의 유월절

히브리 백성이 울부짖는 소리와 신음 소리를 듣고 하나님은 모세를 찾아왔다. 하나님께서 외면할 수 없는 그 소리에 동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자는 구석진 광야에서 양떼들을 돌보는 모세였다. 은둔생활 40년에 찾는 이도 없고 알아주는 이도 없는 모세에게 가장 큰 존재가 알아보고 찾아왔다. 독재자 밑에서 압제당하며 괴로워하는 동족의 신음소리를 듣게 해주자 모세는 운명처럼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고통의 소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 소리는 하나님에게로 올라가고 그 소리는 고통을 아는 자의 마음으로 흘러간다. "들리는 소리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있다."(시19)

어린 양을 잡아야 한다. 어린 양은 악의를 품고 있지 않고 순진하며 반항하지 않는다.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입을 열지 않고 도수장으로 끌려갈 때도 털 깎는 자 앞에서도 잠잠한 양"(사53)을 잡으라고 한다. 동물 중에 가장 사랑스럽고 지켜주고 싶은 동물은 어린 양이다. 그런데 이 사랑스러운 어린 양이 제사에서 쓰는 희생동물이다. 사랑하는 애완용 동물을 잡아서 피를 내고 그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일이다. 피를 못 보아서 혹은 고기를 못 먹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존재이기에 그렇다.

하나님의 백성을 울부짖게 한 이집트에 심판이 다가올 때 어린 양을 잡으라고 하신다. 동물을 잡으면 나오는 것이 피요 고기다. 그 동물의 피를 모두 쏟고 고기를 불에 구워서 먹으라고 하신다. 피를 문 좌우에 그리고 위 아래에 바르라고 하신다. 그리고 그 문 안으로 들어가서 그 곳에서 구운 고기를 먹으라 하신다. 누룩을 넣지 않는 떡을 먹고 쓴 나물들과 함께 먹으라는 것이다. 고난의 떡과 고난의 나물을 먹는 것이 여호와의 유월절(Passover)에 먹는 방식이고 행해야 하는 모습이다. 사랑스러운 어린 양을 잡았으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이웃의 이집트 첫 태생(First Born)들이 죽어나는 마당에 오락과 연회는 가당치 않은 모습이다.

노예의 운명을 벗어버리고 조상들이 살던 약속의 땅을 향해 걸어간다. 이집트의 신들은 모두 심판을 받았고 간악한 지도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꿈만 같던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더 이상 채찍을 휘두르는 자가 보이지 않는다. 고함치고 욕하는 자들도 보이지 않는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새벽의 신선함을 들이쉬며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래 반항하지 않고 잠잠히 있는 어린 양을 잡았다. 참 아픈 마음으로 그 양의 피를 쏟고 고기를 구웠다. 들어가는 문에 흠뻑 바른 그 피를 보고 죽음의 천사가 지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모두가 무사한 것이다. 이집트인들의 모든 가정들은 하나씩 죽어 나갔다. 어린 양의 피가 그들을 살린 것이다. 그리고 그 고기를 먹고 힘을 내어 지금 그들이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희생당한 어린 양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른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숫양이 나타나서 독자 이삭이 살아났다고 했다. 번제(Burnt Offering)를 위해 장작더미 위에 묶인 이삭이 희생되려는 순간 숫양이 나타나 대신 희생됐다고 했다. 왜 이스라엘 역사에 어린 양이 종종 나타나는 것일까? 하나님은 왜 자꾸만 그의 백성이 어린 양에 주목(注目.Observing)하게 했을까? 세례 요한이 외치는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그 소리는 우주에 가득한 소리이며 영원히 들리는 소리다.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한1:29) 기나긴 그림자가 지나가고 영원의 세계에서 참 어린 양이 오셨다. 그리고 피를 흘리셨고 희생됐다. 그 분께서 흘리신 자신의 피를 마시고 깨어진 몸을 먹으라고 하신다.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얻으라고 하신다.


최다니엘 / 뉴저지 잉글우드 구세군교회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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