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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야수 자본주의가 반이민 정책을 만났을 때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 없는 대폭 수수료 인상을 보며-

1970년대 독일 총리를 지냈던 헬무트 슈미트는 ‘야수 자본주의’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야수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을 잡아먹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 정치의 책무다”라고 일갈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교리서 ‘복음의 기쁨’을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사회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은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분명한 규제였던 것처럼, 오늘날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에 대해 “‘그래서는 안 돼’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경제는 사람을 죽이고 있다.”

3~4인 가족신청 시 1만불 넘을 수도

오는 10월 2일부터 이민서비스국은 수수료를 사상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인상한다. 이민법 관련 업무를 30년째 해왔지만 이런 대폭 인상은 처음 본다. 가정폭력, 성폭력, 인신매매 등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U-1 비자 수수료의 경우 무려 546%나 오른다. 한인들을 포함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신청하는 미국 내 가족초청 영주권은 1인당 2860달러로 시민권은 1200달러로 대폭 오른다. 가족 초청으로 3~4인 가족이 함께 신청하면 이민국 수수료만 해도 1만불이 훌쩍 넘을 수도 있다.

이번 이민국의 수수료 인상에는 반드시 주목해야 할 몇 가지 특이한 점들이 있다. 첫째, 난민들의 망명신청에 전에 없던 수수료를 신설했다. 신설 망명신청료 50달러와 노동허가 신청서 550달러를 합하면 600달러다. 전쟁, 정치박해, 기근, 자연재해를 피해 고국을 탈출해온 난민들 중 이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것은 난민들의 미국 유입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정책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 국제난민협약에 가입된 147개국 중 난민 신청비를 받는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4개국밖에 없다.



둘째, 수수료 면제 자격을 대폭 축소했다. 현행 ‘저소득층’의 자격으로 수수료 면제를 신청할 수 있었던 규정이 폐지된다. 가정폭력 피해자 등 극소수의 예외적인 신청자들에게만 면제 자격을 부여하게 된다.

셋째, 영주권 신청 시 노동허가증과 여행허가증 신청료를 추가로 책정했다. 현재까지는 영주권 신청(I-485) 수수료 1225달러에 노동허가증과 여행허가증 신청이 무료로 포함되어 있었다. 앞으로는 이 세 가지를 신청하려면 무려 2270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넷째, 시민권 신청 수수료가 사상 최대폭으로 오른다. 현행 725달러에서 1200달러로 오른다. 스탠퍼드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로 인해 시민권 신청이 10%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는 수수료 인상의 목적에 대다수 민주당 성향인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과 투표를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음을 합리적으로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시민권 신청 1200불…“투표 저지 정책”

이런 이민국의 반이민적 수수료 인상 발표에 대해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연방 법원에 시행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 변호사 협회(NY BAR)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영주권 및 시민권 신청이 위축된다”며 수수료 인상 취소를 촉구했다. 이민법률자료센터(ILRC)는 “이민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이민자 국가의 전통을 훼손하고 이민자들의 투표권을 막으며 백인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재선 전략이다”라고 비판했다. 미 이민 변호사협회(AILA)는 “영주권 신청뿐만 아니라 시민권 신청을 못 하게 하여 투표를 저지하는 정책”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천주교 이민사무국(CLINIC)도 “저소득층 이민자들의 이민 혜택 신청을 원천 봉쇄하는 수수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영주권과 시민권 신청은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전통에 따라 이민자들을 미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경제적 및 문화적으로 기여하게 하며, 민주시민으로 미국 정치에 참여하게 하는 매우 소중한 제도다. 또한 이민국은 재정의 100%를 신청자가 부담하는 유일한 연방 기관이다. 연방의 다른 기관들은 무료이거나 거의 무료다.

미 이민 변호사협회 등이 제기한 소송장 내용을 보면 이번 수수료 인상을 통해서 이민자들의 숫자를 줄이고 이민자들의 정치력 강화를 막으려는 의도가 확실히 드러나 있다. 협회는 소송장을 통해 이민국이 처음에 수수료 인상의 이유를 “신청자들이 너무 많아서”라고 했다가 다시 “신청자들이 너무 줄어서”라고 말을 바꾼 점, 작년 말 역대 최대의 흑자가 난 부분이 결산 보고서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점, 법적으로 금지된 서비스 업무를 위한 수수료를 이민자 체포와 추방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 없고 근거 없는 수수료 대폭 인상은 돈만을 중시하고 사람, 삶, 인권, 생명을 경시하는 야수 자본주의와 이민자들의 유입과 정치참여를 원천봉쇄하려는 반이민 정책의 합작품이라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정부보조 혜택(Public Charge) 금지조항’을 통해 합법 이민자의 20%를 감축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4년간의 모든 행정명령을 포함하면 2021년 연간 합법 이민자 숫자가 무려 49%가 축소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이민국 수수료 인상까지 포함하면 이민자 커뮤니티는 수적으로나 정치 및 경제적으로나 더욱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11월 대선에서 올바른 선택 해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각종 비자, 영주권, 시민권 신청자들은 가능한 서류들을 서둘러 준비해서 10월 1일까지 우체국 소인이 찍히도록 접수해야 한다. 신청자들의 케이스 종류와 연령에 따라 정확한 수수료를 계산하고 가능한 체크는 양식별로 따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케이스 하나의 수수료 계산이 잘못되더라도 나머지 서류들은 접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체크로 제출한 경우는 1불만 차이가 나도 모든 서류가 반송되며 그 후 인상된 가격으로 모든 서류를 다시 접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10월 2일부터는 케이스에 따라 새로운 양식들이 나오기 때문에 인상된 수수료와 함께 반드시 새로운 양식을 접수해야 한다. 10월 1일까지 서류들을 발송하지 못한 신청자들은 시간이 급하지 않다면 이민 변호사협회 등 이민자 권익옹호 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를 지켜본 후에 신청하는 것도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 인간적이고 반 이민적인 정책들을 모두 바꾸려면 다가오는 11월 선거에서 반드시 친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들을 당선시켜야 한다. 연방 상원·하원, 그리고 대통령에 친 이민 후보가 당선되면 이민국 수수료 인하와 각종 반이민 행정명령들의 즉각 폐지는 물론 우리가 바라는 다카 드림법안 그리고 서류미비자를 구제하는 포괄적 이민 개혁법안도 모두 통과시킬 수 있다.


박동규 / 변호사·이민자 보호 법률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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