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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칼럼] 레그혼 보이<Leghorn boy>

정철호 / 골프 칼럼니스트·티칭프로 Class A1
정철호 / 골프 칼럼니스트·티칭프로 Class A1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22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20/01/21 17:47

골프 게임은 스포츠 중에서 유일하게 심판 없이 진행되는 경기다. 플레이어가 규칙을 위반할 경우 자신 스스로 벌칙을 주고받아서 점수를 매기는 신사적인 스포츠로 유명하다. 그러나 규칙을 쉽게 위반할 수 있고 비신사적인 행동의 변수나 요인이 많이 생기는 운동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팀 메이트가 심판이 되는 바람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 골프닷컴이 필드에서 자주 발생하고 규칙에 위반되는 속임수를 소개하면서 속임수의 ‘부정행위 등급’을 최상·중·하로 등급 순위까지 매긴 적이 있다. 등급의 최상(最上)위는 샷 한 볼을 찾지 못했을 때 주머니의 다른 볼을 몰래 필드에 떨어뜨리는 행위, 이른바 ‘알까기’가 차지(?)했다.

알까기는 골프 룰 제3조 4항의 ‘규칙 준수의 거부(Refusal to Comply with a Rule: Discipline & Disqualification)’에 해당하는 심각한 부정행위다. 골프 룰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골프 규칙의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10여 년 전 기존 골프 상식을 대부분 뒤집는 ‘대안골프협회(Alternative Golf Association)’가 창립된 바 있다. IT산업의 유명인 스콧 맥닐리(선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 창업자)가 회장으로 이 운동을 이끌고 있으며, 협회의 명칭은 ‘플로그톤(flogton)’이다. 플로그톤은 ‘not golf(골프가 아니다)’의 스펠링을 거꾸로 뒤집어 만든 신조어이다. 골프 규칙을 대폭 쉽게 만들어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동반자끼리 재미있게 즐기자는 취지인데 플로그톤의 기본 규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홀마다 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개의 멀리건을 받는다. ②볼의 라이가안 좋으면 핀 후방 1.8m 내에 볼을 옮길 수 있으며, 벙커에서도 1.8m 조건으로 벙커 밖에서 샷 할 수 있다. ③세 퍼트 이상은 무조건 OK이다. ④OB나 로스트 볼은 1벌타이다. ⑤페어웨이에서도 티에 볼을 올려놓고 샷 할 수 있다 등 외에도 아마추어 골퍼들이 평소에 실현하고 싶던, 룰에 얽매이지 않는 소망들이 총 망라된 꿈같은 조항들이지만 ‘알까기’와 같은 유사한 부정행위만큼은 철저히 배제되어있다.

사라진 볼(Lost Ball)을 살아있는 볼(Ball in Play)로 둔갑시키는 고의적인 부정행위 ‘알까기’를 하는 골퍼를 영어로는 ‘He is a handsome Leghorn boy’라고 표현한다. 레그혼 보이의 레그혼이란 닭 품종의 이름이다. 레그혼은 거의 매일 알을 낳기 때문에 일 년평균 28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흰색의 알만을 많이 낳는다는 것에 비유해서 필드에 공을 자주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는 골퍼를 겨냥해서 만들어낸 골퍼들의 은어다.

오래전 필자의 속임수란 칼럼에서 한번 소개했던 ‘알은 품지도 말고 알은 까지도 말라, 알은 바꾸지도 말고 줍지도 말라, 그리고 상대방의 알은 숨기지도 밟지도 차지도 말라!’는 문구는 필자가 골프에 한참 미쳐서 날뛰던 비기너 시절에 같은 썸에서 어울리시던 고수님의 가르침인데 평생 잊지 못한다.

사실 스코어는 물론 대인 관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속임수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골퍼의 숨길 수 없는 아픔이고 영원한 숙제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동반자가 허용하면 큰 문제가 안 되는 등급의 상·중·하는 차치하고 최상급인 레그혼 보이(Leghorn Boy)는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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