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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정의 시애틀 라이프] ‘사회적 거리’만큼 멀어진 사람들 ‘마음 간격’

4월 중순에 접어들자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에 사람들의 바깥 활동이 잦아졌다. 벌써 동네만 나가도 운동삼아 걷는 주민들이 훨씬 많이 늘었고, 차를 타고 나가도 차량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19가 더운 날씨엔 둔화되리라는 기대에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한국 마켓에 가보면 마스크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쓰고 있었고, 사람 간의 거리를 유지하느라 조심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정착된 듯했다. 하지만 이번 주에 나가보니 주차장에 가득한 차들에 놀랐고, 마켓 안으로 들어가 보니 걱정될 만큼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마스크조차 쓰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사람 간 거리도 아주 가까워 내 스스로가 조심하게 된다. 벌써부터 코로나19 확산 염려가 확실히 줄어든 것이 사람들로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뉴욕 상황은 하루 800명 가까운 사망자가 480명으로 줄어 들었고,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모든 징후가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가기 시작하고 바깥 활동이 늘어나면 다시 감염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 해서 언론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곳 워싱턴주 상황은 12,724명의 확진자와 682명의 사망자(4월21일 기준)로 감염자가 하루동안 300명이 급증한 상태임에도 지난 주부터 문닫은 스몰 비지니스 중심으로 다시 비지니스를 오픈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병원에서 코로나19와 싸우며 고생하고 있는 병원 의료진들은 한결같이 너무 이른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미국인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지금 상황을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낙하산으로 비유하며 떨어질수록 가속도가 붙어 더 빠르게 내려간다'고 2차 감염확산을 경고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조금이라도 나누려는 고마운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보면 남보다 더 많이 가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남보다 덜 가졌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지나치지 못하는 긍휼한 마음을 지닌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은 자신도 약자이지만 늘 자신보다 더 소외된 분들을 걱정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우리의 이웃들을 먼저 돌아본다.

이민생활 45년 넘게 이곳 시애틀 지역에 살면서 자신도 넉넉한 형편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내 이웃들을 찾아 나선 이가 있다. ' 기부천사'로 불리는 이경재(영어명 티나)씨가 그렇다. 필자가 지난 주말 아침 일찍 다녀온 시애틀 다운타운의 번화한 거리에도 왕래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홈리스(노숙자)들만 거리를 방황하고 있어 마치 유령도시 같았다.

오랜 기간 동안 시애틀 다운타운에 거주해 온 티나 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변에 늘 서성대는 홈리스들에게 한끼 식사라도 사주며 그들의 배고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 한국노인회에 몸담으면서 노인 분들을 돌보았고, 코로나19 로 가장 취약계층으로 고립되다시피 자신들의 아파트에만 계시는 노인 분들을 그냥 두고 보지 못했다. 다 같이 어려운 이때에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자신에게 주는 추가 혜택을 받은 것을 기뻐하며 자신의 사비를 털어 주말에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노인 분들을 위해 한끼 식사를 직접 준비하고 이를 돕고자 함께 하는 몇몇 분들과 노인 아파트를 일일이 찾아가 손수 전달하고 있다. 8월까지 계속해서 이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티나 씨는 자신도 몸이 불편하면서도 더 힘든 노인 분들을 찾아가 한끼 도시락을 전달할 때 서로의 안부도 묻고 지금의 사태를 잘 이겨내길 격려하며, 힘든 시기를 더불어 함께 이겨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 저녁 잠깐 밖으로 나가 산책 중이던 티나 씨와 맞닥뜨린 홈리스가 그녀에게 "너 중국 여자냐... 너희 때문에 우리가 코로나19로 힘들다. 네 나라로 가라"고 험한 말을 하며 가슴을 몇차례 때리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경찰을 불렀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 그 홈리스는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6시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아파트 뒤쪽으로 나간 그녀에게 백인 여자 하나가 같은 인종 차별적인 폭언을 해서 안 그래도 그 전날 폭행당한 일로 놀란 그녀는 지금 집밖으로 나가기도 무섭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경각심을 늦추지 말고, 보다 주의가 필요한 때이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코로나19는 우리의 사회적 거리만 멀어지게 한 것이 아니고, 서로 간의 마음마저 멀어지게 하고 있다. 함께 더불어 잘 살고 있던 미국사회에서 이번 일로 인종간 차별이 더 심해지고 특히 우한폐렴, 중국 바이러스라고 하는 정부 발표로 인해 인종간 불필요한 증오심을 부추겨 서로 불편해진 것을 느낀다. 같은 동양인인 한인들도 알게 모르게 인종끼리 멀리 하는 일을 당하고, 티나 씨와 같이 언어적, 신체적 폭행을 당하는 것으로부터 각별히 조심해야할 때이다.

우리들 멀어진 마음이 다시 가까워질 수 있도록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사회에서 이기적이지 않은 시민으로 커뮤니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볼 때라고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우리 삶이 그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어떻게 해야 멀어진 사회적 거리만큼 벌어진 사람들의 마음 간격을 좁힐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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