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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찬의 클린 클리닉 1] 한국 VS 미국의 ‘의료현실’ 단상

“나는 나중에 은퇴하면 한국에 가서 살기로 했어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미국 의료 현실의 단면을 체험한 미 동부에 살고 있는 한 지인의 말이다.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 아주 위중한 상태가 아닌 이상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의료진들이 제대로 된 보호복도 없이 환자들을 대해야 하는 현실을 경험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워싱턴주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사망자와 확진자가 급증했던 것에 비해 주정부의 stay-at-home 행정명령 이후에는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각 병원마다 환자들로 메어 터지는 모습은 없었지만, 주민들이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필요한 소식과 정보들을 얻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마스크만 해도 구하기가 어려워서 지역내 매장에 가보면 마스크 없이 일하고 있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는 전 세계가 극찬할 정도로 모범사례가 되었다.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도입하는 등 아이디어도 좋았고, 동선 및 접촉자 추적 등 철저한 확진자 관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의료비용이다.
한국에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하던 지난 3월, 인터넷에 누군가 코로나19 치료비 1,000만원 중 본인 부담은 4만원뿐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한국정부는 감염병 예방법을 근거로 코로나19 검사와 격리,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본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전액 부담하고 있다. 환자가 부담하는 항목은 주사기와 바늘, 알코올 등 소모성 자재 항목뿐이다. 의료비가 높은 미국에 사는 우리가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지는 소리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게 되면 얼마나 비용이 들까?
세계보건정책과 주요 의료문제를 연구하는 Kaiser Family Foundation(KFF)에 의하면,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대략 만 달러에서 2만 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만약 보험이 없다면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될 것이며, 보험이 있다고 해도 각 보험의 종류에 따라 최소 1,300달러를 개인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두가 꿈꾸는 은퇴 후 안락한 노후생활에는 건강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의료환경이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적지 않은 분들이 미국의 의료환경에 대한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새롭게 의료강국의 면모를 전세계에 알린 한국의 위상을 보며 은퇴 후에는 의료환경이 좋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게 아닌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한국의 의료복지에 대해 최근 깜짝 놀라게 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한국에서는 암 진단을 받게 되면 암 치료비용을 거의 다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까지 한국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내과 전공의 수료를 마치고 온 직장 동료에게 들은 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국민 모두가 의무적으로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암 진단을 받게 되면 치료비용의 5%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험으로 처리된다고 한다. 필자의 경우 불과 며칠전에도, 암으로 돌아가신 미국인 선배님이 한 분 계신다. 그 선배님 아내가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여서 그나마 괜찮은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이 많고, 본인 부담금도 적지 않아서 꽤 많은 의료비를 지불했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암 치료비용의 95%가 보험처리 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모국인 대한민국의 의료환경이 이렇게 발전되었다니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내가 한국을 방문하거나 다시 돌아가게 되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국에 이민 와 정착한 우리가 은퇴 후 다시 한국에 돌아간다는 게 확률적으로 얼마나 될까?
사실 이번 코로나19로 미국 의료환경의 단점들이 많이 드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앞서 있는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응급상황이 생겨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일단 환자부터 살리고 의료비는 나중에 청구하는 관례는 높이 산다. 나도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한국에서는 환자가 입원을 하거나 수술을 하려면 총무과에 의료비를 먼저 수납해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을 보았는데, 몇몇 에피소드에서 응급환자가 당장 입원해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병원비가 없어서 그냥 집에 가겠다는 소란이 발생하는 내용이 있어서 기억이 났다.
이에 비해 미국은 일단 환자를 응급실에 입원시키고 치료를 한 후 의료비는 추후에 청구가 된다. 물론 턱없이 높은 의료비용으로 인해 고지서 폭탄을 맞게 된다. 예를 들어,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게 되면 나중에 응급실에서는 물론, 진료한 의사 사무실에서 별도의 고지서가 오고, 구급차를 제공한 소방서에서도 고지서가 날아온다. 금액도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는 우습다. 보험이 있다하더라도 본인 부담금이 꽤 되고, 보험이 없다면 말그대로 본인이 다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은 많은 비영리 병원들은 Financial aid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우선으로는 보험이 없는 경우 의료비를 할인해준다. 그리고 본인의 소득에 따라 추가적인 할인이 가능하다. 이는 보험이 있는 경우에도 적용이 된다. 소득 수준에 따라 본인 부담금도 할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최후의 경우 내가 내야할 금액을 다달이 나누어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타코마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북미 최대 의료기관 중 하나인 멀티케어의 경우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 수준의 5배에 달하는 소득이 있는 경우부터 할인을 해준다. 예를 들면 4인 가족 기준 연소득이 13만 달러 이하라면 이에 해당된다.
한국과 미국을 모두 경험하며 살고 있는 이민자의 입장에서 이렇게 두 나라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고 또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 조국인 한국이 이렇게 미국과 견주어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는 건 가슴 벅찬 일이다. 꼭 은퇴 후의 삶이 아니더라도 성공적인 이민생활 또한 건강 없이는 논의할 수 없기에 지면을 빌어 우리가 처한 의료환경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한다.


• 필자 약력

박인찬

- 선문대 신방과 졸
- 대한민국 육군 22사단 공보장교
- UTS 종교 교육학 석사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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