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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정의 시애틀 라이프] 봄 맞으러 화원에 가보자

입춘을 지나 얼었던 땅이 녹으며 땅밑에 잠자던 벌레들과 얼음장 밑 물고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초목에 싹이 돋는다는 우수가 지나면 시애틀도 본격적으로 봄을 맞을 채비를 한다.

시애틀의 봄은 가장 먼저 냄새로 온다. 코끝에 느껴지는 자연의 향기, 은은하게 풍겨오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꽃들의 향기가 맡아지면 시애틀에 봄이 왔음을 몸이 안다.

유난스러웠던 시애틀 폭우와 기록적인 겨울 우기 끝에 반가운 마음으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Woodenville에 위치한 Molbak's Home & Garden 화원이다. 그곳에 가면 우리 곁에 찾아온 봄을 반갑게 만난다. 봄맞이로 한창 준비 중인 그곳은 새로운 디스플레이와 실내에 있는 카페 내부수리로 분주하다. 봄단장한 새모습이 한껏 기대된다. 넓은 실내엔 집을 꾸미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소파와 다이닝 세트, 예쁜 그릇과 가정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바깥으로 나가면 활짝 펼쳐보이는 화원 가득 가드닝에 필요한 모든 것이 즐비하다. 그곳 화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겨울의 끝과 봄이 만나는 시기에 한창 피어나는 동백꽃이다.

얼마전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Netflix에서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 주인공 이름이 ‘동백이’로 순수하면서도, 미혼모로 아이를 키우는 강인함을 가진 인물로 그려졌다. 그런 이미지처럼 동백꽃은 신중, 청렴결백, 겸손, 애타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라는 의미와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운다고 해 '청렴과 절조'의 이미지도 가졌다.



동백꽃은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수 교목으로 일년 내내 푸른 잎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선 주로 남해와 동해안 울릉도와 제주도까지 주로 바닷가에 분포되어 있는데, 18세기 유럽과 북미로 전해져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지에서 더 화려하고 큰 겹꽃 품종으로 개발되어 퍼졌다.

2000여종이 넘는다는 동백꽃의 꽃잎은 말려서 차로도 마시고, 열매는 기름을 짜 동백기름이라 하여 식용이나 여러 용도로 사용된다. 아토피 치료제로도 사용되며, 동백꿀도 유명하다. 3월 즈음 제주도에 가게 되면 카멜리아 힐에 펼쳐진 붉은 동백나무 길을 걸어볼 수 있고, 6000여 종류의 동백꽃을 '카멜리아' 수목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애틀에서도 여기저기 피어나는 동백꽃을 볼 수 있는데, 겹꽃의 화려한 핑크 동백과 노란 수술이 예쁜 큰 꽃의 하얀 동백도 Molbak's Home & Garden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꼭 보고 와야 할, 주목할 꽃으로 'Helleborus 헬레보루스'를 소개한다. ‘꽃이 예쁘고 오래 피어서’ 크리스마스 로즈, 겨울 장미라고도 불리는 꽃이다. 올 겨울 눈 덮인 뒤뜰에도 피어 있었고, 일년 사계절 꽃을 피우는 유일한 식물이다.

중부 유럽 알프스 산맥 근처에 많이 서식해 알프스 꽃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 꽃은 눈장미라고도 불린다.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 변형된 모습인데, 꿀샘으로 곤충을 유인하는 독특한 식물이기도 하다. '나의 불안을 진정시켜줘요'라는 꽃말을 지닌 이 꽃은 반 그늘에 심는 것이 좋고, 흙을 너무 건조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 팁(Tip)이다. 화원에서 여러 종류의 헬레보루스를 만날 수 있는데 보라색, 핑크색, 그린색, 하얀색 등을 볼 수 있다. 개화 시기가 길고 화려해 화분에 많이 심는다.

얼마전 둘러본 UW U-villlage 쇼핑, 식당 거리에서 화려하게 핀 헬레보루스 꽃으로 잘 장식된 화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올 겨울 내내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과 휑하니 비어 있는 정원에 봄 기운을 불어넣고 싶다면 화려한 동백과 눈 속에서도 묵묵히 피어 나는 독특한 헬레보루스 꽃을 추천하고 싶다.

누구보다도 봄을 기다리고, 남들보다 일찍 맞이하고 싶은 당신이라면 화원으로 냉큼 달려가보라. 그곳에서 시애틀의 봄, 그 생생함을 움켜쥘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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