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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사는 이야기]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 여섯 번째

[시애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5/30 21:48

비니요가 강사 과정에 등록하다

요가매트에서 나의 에고는 녹아내렸다.
요가매트는 거울과 같아서 내가 감추고 있는 것들을 모두 드러냈다.
나의 긴장된 마음과 뻣뻣한 몸이 동작 하나하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얕은 호흡과 긴장, 불안한 마음을 속일 수 없었다.
두려움을 직면한 자만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듯이 그동안 인생의 반을 살아가겠다고 결정한 이 새로운 정착지에서 느껴왔던 두려움과 불안을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나는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었다.

열 번째 요가강사 과정 시작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비니요가는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나에게 목적지를 안내하는 뚜렷하고 반가운 불빛이었고, 이 길이 내 인생의 반을 함께 가야 할 친구이자 동반자로 느껴졌다.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영적 스승(Spiritual Leader)이자 베스트셀러 책 저자인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는 그의 책 ‘새로운 지구’(A New Earth)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에는 두 가지 즉, 내적 목적(Inner Purpose)과 외적 목적(Outer Purpose)이 있다고 하였다.

외적 목적이란 우리가 되고자 하는 직업군(Doing things)과 소유하고자 하는 돈의 분량, 살고 싶은 삶의 스타일 등, 예를 들면 의사, 변호사, 회계사, 운동선수, 영화배우, 비즈니스 사업가 그리고 큰 집과 좋은 차를 굴리며 수시로 여행을 가며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등의 목표를 말하고 내적 목적이란 궁극적으로 깨달음(Awakening)을 얻는 것이라 하였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직업적인 성공과 부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현재에 살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고 미래 불안에 허덕이며 마음이 불편하고 행복과 평화가 없다면 진정한 성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깨어 있는 삶이란 내가 좀 더 가지기를, 좀 더 높이 올라가기를 원하기보다는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Being) 즉, 사회에 기여하고(Contribution),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며(Influential), 영적 지도자(Spiritual Guide), 지혜로우며(Wisdom), 신에게 다가가는 삶(Close to God), 인생의 참 의미를 아는 것(Knowing life’s true meaning) 등을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

내적 목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 외적 목표를 이루게 하는 기본인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어떤 외적 목표를 이루었는가에 상관없이 진정한 인생성공의 바탕이라 하였다. (It is the basis for true success.)

나는 살면서 내가 설정한 외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심한 경쟁사회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서 살아왔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것을 이루고 나면 또 다시 해야만 하는(Should) 것이 생기고 또 다른 원하는 것(Want)과 요구되는 것(Demand) 등이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프로펠러를 매단 것처럼 계속 속도를 내며 앞으로 전진하며 가야 했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행복감과 그로 인한 공허함으로 전전긍긍하는 시간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아주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던 진리를 거꾸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는 거,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게 더 행복하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행복은 관계(Relationship)에서 온다는 것 등 말이다.

내가 그동안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 것인가, 얼마의 돈을 벌어야 내 인생이 편안할 것인가에 중심을 두고 살았다면 요가를 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뭔가?’ 즉 내적 목표 추구에 초점을 맞췄다.

이것은 과거의 나와 다른 타입의 사람을 만들고, 과거 내가 관심 있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그렇다! 내가 미국에서 비니요가 선생이 되겠다고 결정한 것은 ‘얼마나 돈벌이가 될 지의 경제적 여건’, ‘백인들의 운동이라 알려진 요가 세계에서 내가 버텨낼 수 있을 지’, ‘자꾸 나이 들어가는데 이 육체적 운동을 얼마나 계속 할 수 있을 지’ 등의 논리적 사고, 계산에 의한 게 아니었다.

나는 내 요가 선생인 트레이시만큼이나 이 요가에 심하게 매료되어 있었고, 이 과학적이고 치료 접근적인 요가를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나누고 싶다는 단순한 열망에 들떠 있었다.
그러므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과정을 끝마치리라 결정하였다.

트레이시에게 강사 과정에 관심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바로 답장이 왔다.
토요일 오후에 요가원 옆에 있는 커피점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트레이시의 얼굴을 여러 차례 확인하고 커피점으로 갔다.
브라운 칼러의 단발머리와 파란 눈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미국 아줌마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반겼다.

미국인으로서는 마른 체격에 작은 키였다. 커피를 시키고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네가 생각하는 요가가 뭐야? 한국에서는 어떤 요가를 했니? 왜 요가 강사가 되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했니? 지금 일하는 스케줄과 요가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겠니? 많은 숙제와 그룹 프레젠테이션이 있는데 해낼 수 있겠어?” 등의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

그녀는 10년 동안 한국인 제자는 없었다고 했다.
내가 등록한다면 시애틀에서 비니요가 강사 과정으로는 첫 번째 한국인이란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내 속마음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눈매로 계속 쳐다보며 나의 대답을 경청했다.

유창하지 않은 영어였기에 천천히 또박또박 대답을 하였다.
“나는 한국에서 꾸준히 요가를 해왔고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요가가 단순히 몸만을 건강하게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요가를 통해서 내 몸과 마음, 정신도 변하길 원한다. 우선 나를 힐링하고 싶다.
나를 힐링할 수 있는 자만이 다른 사람을 힐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요가는 미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이제 미국에 왔으니 요가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다. 당신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훌륭한 요가 선생이 되고 싶고, 요가 선생이 돼서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웰빙(Well-Being)에 도움을 주고 싶다.

트레이시 당신이 도와준다면 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 이겨내고 꼭 과정을 마치겠다”라고 했다.
트레이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모던 요가(Modern Yoga)는 미국에서 책과 교육의 보급을 통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네가 대학원 졸업을 하고 대학에서 일했었다고 하고, 또 한국 요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하니 일단 입학을 허락한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을 테니 열심히 하기 바란다.”

강사자격증 반 수업이 시작되었다.
매주 월요일 저녁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수업이 있고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12시부터 5시 30분까지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방학을 포함하여 1년 넘게 긴 여정을 같이 할 23명의 클래스메이트들을 만났다.
전통 사리를 입고 온 인도 여자 한 명과 나를 제외하곤 모두 백인이었다.
보아하니 나이는 내가 제일 많아 보였는데 모두 활기차고 기대에 부푼 모습으로 서로 인사를 하고 웃고 떠들었다.

인도 여자도 상당히 말이 많은 편이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얘기하며 큰 소리로 떠들고 웃고 있었다.
옆에서 얘기하는 걸 들으니 트레이시의 수업은 숙제도 많고 까다롭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어서 졸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치고 졸업한 학생들은 실제 현장에서 어려움 없이 수업을 잘 하고 있다면서 기대반 걱정반의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흰콩들 사이에 노란콩 한 개가 박힌 듯한 이질감을 느끼며 빨리 수업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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