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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편지] 고(故) 김석민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일매일 반복의 일상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매일매일 새로운 기록을 쓴다. 4월15일 통계로 미국의 총 확진자는 64만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2만8천여 명을 기록했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희생자를 생각하면 뼈아프게 슬프지만 이제 거의 정점에 도달해 확진자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망연히 뉴스를 보다가 한인 희생자들의 소식을 듣게 되면 더 깊게 돋는 슬픔이 가슴에 밴다.

오늘은 안타깝게도 김석민 전 시애틀 한인회장님의 별세 소식이 들려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장례절차도 생략하고 하관예배만 드린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꽃이라도 준비하려고 코스트코에 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쇼핑객들이 그 큰 주차장을 빙 둘러서 어림잡아 7-8백 미터 줄이 2-3미터 간격을 두고 늘어서 있었다.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입장할 수 있었다. 바로 꽃이 있는 아일(aisle)로 가서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보라색 계열의 꽃다발과 안개꽃을 골랐다. 계산을 하고 부지런히 나오며 생각하니 삶도 죽음도 담담하게 일상으로 다가온 듯하다.

코로나19로 완전히 바뀐 세계 속에서 삶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다. 죽은 자들과 그 가족들에겐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갔다”며 위로하고, 산 자들과 그 친지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살았다”고 안도한다. 죽는 것과 사는 것이 다 ‘하나님의 축복’인 셈이다.
고인은 생전에 영시 쓰는 것과 추상화 그리는 것을 매우 즐겼다. 기억하기론 11년 전, 중앙일보에 실린 사진에 오바마 대통령의 민간자문 명예장관(Kitchen Cabinet, 예전 한국의 무임소장관 역할)으로 임명돼 오바마 정부가 보낸 임명장과 대통령 친필 서명과 사진이 든 감사장을 들고 찍은 기념사진이 불현듯 떠올랐다. 다시 그 기사를 들쳐보며 마치 함께 나눈 이야기 보따리처럼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본다.

“서울대와 일본 동경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1965년 도미, 워싱턴대학(UW)과 시애틀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김석민 명예장관은 발라드 고교에서만 20년 넘게 교사생활을 하며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사업에 평생을 헌신했다. 28대 시애틀 한인회장(1994년) 등을 지내면서 워싱턴주 아시안-퍼시픽 아메리칸 정치 코커스, 아시안 교육협회 회장, 지미 카터 대통령 후보 지지대회 등에서 활동, 폭넓은 주류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인상공회의소, 한국문화재단, 아시아문화재단, 시애틀자매결연위원회, 워싱턴주 한미예술인협회, 대한부인회 태동에도 깊게 관여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위상을 높이는데 힘썼다. 특히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보낸 위안부 실상 폭로 편지가 당시 시애틀 지역신문에 실려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위안부결의안 주역인 마크 혼다 하원의원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말년을 요양원에 의지하며 홀로 지낸 84년의 세월 풍파가 여하튼,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살아오신 김석민 회장님을 가슴 아린 기억으로 다시 한번 불러본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의 배웅을 받지 못하고 잠드셨지만...

따뜻한 하나님의 품에 아기처럼 안기시기를 기원하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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