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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정의 시애틀 라이프] 이웃사랑 실천, 지금이 적기다!

탁상공론으로 허비한 그 몇 시간 동안에도…

전 세계적으로 200여만 명의 확진자와 12만7천명이 넘는 사망자(4월15일 오전 4시 기준)가 날마다 더하는 가운데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내 이웃의 고통을 우리 모두 매일매일 함께 경험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번 코로나19는 특정 사람이나, 지역이나, 인종을 가리지도 않는다. 나이도 상관없고, 제한적이지도 않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 바이러스 감염으로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삶과 생활전반을 하루 아침에 바꿔 놓았다. 2월9일 워싱턴주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후 46일만에 전 세계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가장 많은 나라가 된 미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전 세계의 5분의 1이 되었다. 미국의 50개주 전체가 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한순간에 가족과 직장을 잃은 사람들, 우리 주변엔 모두가 비슷한 처지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하기엔 서로 마음의 여유가 없다. 더군다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부고 소식을 들어도 장례식조차 참석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에선 지난 부활주일을 맞아 바티칸 성당에서 교황의 부활절 미사가 생중계로 드려졌고,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선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의 관객 없는 'Music For Hope' 콘서트가 전 세계에 생중계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가슴 벅찬 일이다. 죽음 가운데, 절망 가운데서도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오롯이 희망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벌써 6년 전이다. 4월16일 한국에서 일어난,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으로 남는 세월호 참사 6주기다. 사랑하는 아들, 딸을 가슴에 묻고 6년이란 세월을 살아왔을 부모와 친구와 가족들 외엔 차츰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아픈 기억으로만 남는 사건일 것이다. 고국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지던 뉴스 보도가 아직도 생생하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324명)을 비롯해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구출되기만을 기도하며 뉴스를 지켜보다가 끝내 물속으로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며 너무 안타까워 함께 울고 모두 기막혀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움직이지 말고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탈출하려고 생각도 못한 250명의 꽃다운 아이들 생명과 교사11명, 일반인을 포함해 304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였다. 물속으로 사라져 가는 세월호를 눈앞에 두고 아이들을 구할 수 없어 울부짖던 부모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아이들에게 약속했지만, 4월이 되어야 기억하는 아픔으로만 돌아본다. 참으로, 부모들은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하루도 잊지 않고 살았을 기나긴 6년의 세월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다. 선장과 선원들이 다 탈출하는 순간에도 제자를 한 명이라도 살리려고 목숨을 버리고 배안으로 들어간 선생님들, 같은 반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건네준 아이, 가라앉은 배 안에 남은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에서 건져내려다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잠수사와 같은 자원봉사자 영웅들이 있었다.

2020년 지금, 우리 곁에도 수많은 영웅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가장 위험한 전쟁터와 같은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며 환자를 돌보는 수많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 구급차 의료원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의료진들에게 필요한 마스크를 기부하고 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나눠주는 고마운 마음들. 우리 주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이웃을 섬기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파트에만 갇혀 있다시피 한 독거노인 분들을 위해 자신의 사비를 털어 몸이 불편해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는 주말에 ‘한끼 도시락’을 만들어 나누어 주는 우리의 이웃들도 있다. 그리고 문닫은 식당에서 주중에 시애틀 주변에 병원 의료진들을 위해 무료로 음식을 만들어 배달까지 해주는 식당 주인들의 훈훈한 이야기들. 내 이웃을 걱정하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는 마음들이 있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이 고난의 시간을 이겨낸 후에 우리에겐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미담이 많을 것으로 안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주는 또다른 교훈은 절대절명의 순간 누군가의 판단이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도 있고, 두고두고 후회로만 남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있던 그 누군가가 ‘탁상공론(卓上空論)’으로 허비한 그 몇 시간 동안 세월호는 그 아이들을 검은 바다속으로 삼켜버렸다. 세월호 속에 갇힌 단원고 학생들은 그 시간까지도 자신들을 구해줄 누군가를 간절히 바라며 끝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그 몇시간은 충분히 아이들을 살리고도 남은 시간이었다는 사실이 그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의 사태가 지나간 이후에, 우리의 이웃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볼 때에 ‘그때는 그랬어야만 했는데’ 하는 후회가 없도록 다시 한번 생각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적기(適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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