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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도시의 전설

[밴쿠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8/07/10 08:41

# ‘갱단의 새로운 신고식에 대한 보고’: 갱단이 신참 신고식의 하나로 신종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야간에 자동차의 전조등을 끈 채 도로를 주행하면서 범행 대상을 노린다.


불이 꺼져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맞은편에서 전조등을 깜빡이는 차량이 있으면 따라가서 살해하는 것이다.
이미 두 가족이 희생되었다.
절대로 다른 차량을 향해 전조등을 깜빡이지 않도록 하라.

※이 내용은 일리노이주 경찰국에서 제공되었음.

위의 글은 1993년 미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팩스 전단을 요약한 것이다.
일리노이주 경찰국이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해도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루머는 2006년 약간 변형된 e-메일 버전으로 다시 유행했다.
루머·전설 전문 사이트 www.snopes.com 은 이를 소개하고 ‘Urban Legend(도시의 전설)’로 규정했다.
‘많은 사람이 믿는 이상하거나 놀라운 이야기로서 진실이 아닌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는 ‘대중적 미신’쯤 될까.

국제적으로 유명해져서 좀 망신스러운 현상이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선풍기 사망(Fan Death)’을 ‘대한민국의 대중적 미신(South Korean Urban Legend)’으로 규정하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선풍기 사망을 사실로 믿고 있다.


하지만 선풍기 바람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다른 나라에는 전혀 없다.
사망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저체온증, 공기 흐름에 의한 호흡방해 등이다.
그러나 선풍기 바람으로 한여름 실내에서 체온이 28도 이하로 떨어질 수는 없다.


공기 흐름으로 질식한다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은 왜 죽지 않는가. 사망원인은 심장·뇌혈관 질환, 급성 알코올중독인데 우연히 선풍기가 켜져 있었던 것뿐이다.
” 그뿐만 아니다.
한국에 몇 년간 거주했던 한 외국인은 별도의 사이트( www.fandeath.net )까지 개설해 ‘이해할 수 없는 미신’이라고 비판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한국의 도시의 전설’로 오를 후보가 또 있다.
‘광우병 공포증’이다.
추가협상으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해도, 특정 위험물질이 아닌 머리뼈·척수 등까지 수입금지 품목에 넣어도 소용없다.


미국질병통제센터가 ‘한 번 쇠고기 요리를 먹을 때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약 100억분의 1’이라는 견해를 발표해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재협상’을 외치는 촛불시위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언젠가 위키피디아에 ‘도시의 전설’로 등재되면 시위 세력이 그때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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