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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

마이너리티 리포트

♫ 연재를 시작하며...

이 글은 전문 비평적 시각이 아니라 영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음악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기본적인 목록 작업을 하면서 거의 50여 편에 이르는 영화를 꼽아볼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작곡가나 연주가의 삶을 집중 조명한 예술영화도 있으며, 단지 영화의 한 장면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배경음악으로서 또는 영화 자체가 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
때론 호러 코미디 장르 등 ‘이런 영화에도 클래식 음악이?’ 의아할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등장한다.


오래된 영화를 꺼내어 다시 보면서, 마치 명 연주 명 음반을 다시 듣는 기분이었다.
영화에 흐르는 선율의 의미가 매번 색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은 영화와 클래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편의 영화, 소개된 클래식 음악 전곡을 들어보는 작업은 여러분의 몫이다.
이 두 과정을 번갈아 하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상당한 정도의 예술적 이해를 쌓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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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 2002년

♪ 이 영화에 흐르는 음악
♫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1악장
♫ 차이코프스키, 비창 교향곡 1악장
♫ 바흐, 칸타타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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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시간은 2054년, 워싱턴 D.C.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예측해 범죄자를 검거하는 최첨단 범죄 시스템인 프리 크라임(PRE-CRIME)이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


주인공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6년 전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그로 인해 떠난 아내의 빈 자리에서 번민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스템을 철저히 신뢰하면서 범죄예방수사국의 수석수사관으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인물이다.


이 시스템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완벽하게 승리하여 단 한 건의 살인사건도 용인하지 않았다.
모든 범죄는 미리 단죄되기 때문에, 외견상 완벽한 치안사회를 구현한 듯이 보인다.
그리고 바야흐로 이 완벽한 시스템은 곧 미국 전역에 확장할 단계에 놓여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존 앤더튼 자신이 미래의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예견되면서 상황은 급선회한다.
세 명의 예언자(Precogs)로 운영되는 프리 크라임 시스템에서 존이 전혀 알지 못하는 제3의 인물, 크로를 살인할 것으로 지목된 것이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도피행각을 벌이게 된 존은 시스템의 결정적 문제점을 알게 된다.
즉, 세 명의 예언자 중 의견을 달리하는 소수의 의견(마이너리티 리포트)은 제도적으로 은폐되고 있었다.
오로지 예언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원본을 찾아내야 자신의 무죄와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SF 작가로 유명한 필립 K. 딕 (Philip K. Dick)의 동명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그의 다른 소설 [페이첵, Paycheck, 1956] [임포스터, Imposter,1966] [토탈 리콜,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 등은 이미 공전의 히트를 친 바 있다.


1982년, 세상을 떠난 이 놀라운 이야기꾼은, 자아 정체성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특유의 상상력으로 펼쳐 보였다.
그의 상상력 속에서 미래는 암울하고 비관적이었다.
그런데 최고의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이나 스티븐 스필버그를 통해 투영된 영화 속의 그의 생각과 의지는 희석되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스필버그는, 국가체제와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미래가 결정될 것이고, 특히 가족이야말로 모든 체제의 근간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영화의 철학적인 주제에 힘을 싣고 있지만, 동시에 한 순간도 딴청 피울 수 없게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객을 상상력의 극한으로 몰아넣는다.
이것이 바로 할리우드 식 영화, 이른바 블록 버스터의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영화음악은 역대 아카데미 5회 수상의 화려한 경력자, 존 윌리엄스가 맡았다.
영화 OST(Original Sound Track)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여기에서 사용된 클래식 음악은 작품의 메시지를 보다 강렬하게 전달하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존이 범죄를 재구성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8번, b단조) 1악장 제2주제 선율이 흐른다.
묵직한 첼로와 베이스에 의해 제시되는 이 주제는 영화 전편을 관통하면서, '인간은 완전하지 않고 완벽한 시스템도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음악학자 모리스 브라운(Maurice J. E. Brown)이 제기했던 것처럼,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이 미완성이 되어버린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현재의 두 악장과 3악장 스테르초의 자필 스케치를 발견하면서부터, 이 교향곡이 미완성으로 끝난 이유에 대해 구구한 학설이 있었던 것이다.


음악구조에 취약했던 슈베르트가 도저히 4악장까지 끌고 나갈 수 없었을 거라든가, 슈베르트 자신이 이미 2악장으로서 완성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더이상 작곡할 의지가 없었다는 주장 등등이다.
오늘날 이러한 논쟁은 더이상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브람스가 말했듯이 "양식적으론 미완성이지만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두 악장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존이 상념에 젖어 있을 때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이 흐른다.
그의 개인적인 비애가 절절한 가운데 흐르는 이 음악은 단순한 비가가 아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즉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것이 전 인류의 비극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인간이 만든 가장 완벽한 범죄예방 시스템인 형무소에서 들려주는 음악이 바흐의 칸타타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Jesus, Joy of Man’s desiring)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여기서 스필버그 감독은 진정한 구원자가 누구이며 인간 자유의지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있다.


[추천음반]
-SCHUBERT, Symphony No.8, B Minor, D759 “Unfinished” :
BRUNO WALTER, NEW YORK PHILHARMONIC, SONY
-TCHAIKOVSDY, Symphony No.6, B Minor, Op. 74 “Pathetique” :
MIKHAIL PLETNEV, RUSSIAN NATIONAL ORCHESTRA, GRAMMOPHON
-J.S.BACH, Cantata BWV 147 : GERAINT JONES, GERAINT JONES
SINGERS and ORCHESTRA, EMI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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