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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노릇 잘 하세요?]

[밴쿠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08/07/11 08:56

공부하고 알아야 멋진 아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읽자’

덩치 큰 젊은 아빠가 열심히 대화법을 공부하며 준 사례이다.

아빠는 부모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화가 나면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왜 아이들은 사고를 치고 문제를 만들고 싸우는지---.
두 아이를 데리고 ‘런던드럭’에 가서 한참 물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 엄마가 준 아이스크림 쿠폰이 누나(5살) 손에 들려 있었다.
동생(3살)은 유모차에 앉아 있었고.

누나는 맥도날드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한참을 조르고 있었고, 아빠는 물건 구경 다 하고 이따가 먹자며 이런 저런 전자제품 구경에 열중해 있었다.


조금 지나자 동생도 지루했는지 누나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크림 쿠폰을 달라고 조르기 시작 했다.
물론 누나는 안 된다고 했고, 둘은 큰 소리로 싸우기 시작했다.
동생은 달라고, 달라고 하고~, 누나는 싫다고, 싫다고 하며~.

드디어 동생은 유모차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고 아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두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지? 잘 됐다.
이 상황에 대화법을 배운 대로 사용해 봐야겠다.
아주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올라가던 혈압이 좀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그래도 말이 좀 통하는 누나에게 말했다.
마음을 먼저 알아주기로 하고.

아빠: 미리야, 동생이 달라고 하는데 주기가 싫구나!
(동생 잠깐만 주면 될걸 가지고 누나가 되어 가지고 양보할 줄도 모르냐? 하곤 야단칠 줄 알았는데 의외의 아빠 반응에 잠시 주춤한다.
)

그리고 곧이어 동생에게,
아빠: 우리 아들 이게(쿠폰을 가리키며) 가지고 싶었구나. 누나에게 잠깐만 보여달라고 할까?

(동생에게도 무서운 얼굴로 야단칠 줄 알았던 아빠의 의외의 반응에 유모차 속에서 아이 잠시 조용해 진다.
)
누나: 안돼! 이거 내 꺼야.

아빠: 그래! 맞아 그건 미리 꺼야. 그런데 동생이 굉장히 갖고 싶어 하는데 잠시 보여주기만 하면 어떨까? (해결책을 제안해 보기를 시도했다.
)

누나: (아빠가 내 마음을 알아 주는데 뭐 그 정도 즈음이야~ 하는 표정으로---) 그럼 잠깐이야.

누나가 동생에게 쿠폰을 건네준다.
그때 지체 없이 바로 누나에게 긍정적인 내 마음 전달하기(칭찬보다 더 효과적이라는)를 잊지 않았다.


아빠: 미리가 동생에게 쿠폰을 보여줘서 아빠는 미리가 자랑스러워. 고맙기도 하고.

그래도 미리는 영영 동생에게 빼앗기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인지 연신 불안한 눈빛으로 동생 손에 들려진 쿠폰을 응시하고 있다.


아빠: 미진아(가능한 부드럽게~), 쿠폰 미진이가 가졌으면 좋겠지! 그런데~누나가 보여 주었으니까, 돌려주고 우리 빨리 맥도날드에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동생: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아빠: 그래! 빨리 먹으러 가자. 그런데 어떡하지? 쿠폰은 누나가 가져가고 싶다는데---.

(동생은 마냥 쿠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쿠폰을 내밀며)

동생: 자!
미리는 말 떨어지기 무섭게 동생 손에서 쿠폰을 획~ 하고는 낚아챈다.
동생은 다시 소리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야? 배운 대로 잘 되나 싶었는데…

동생: 내가 줄려고 했는데…앙앙~
아빠: 미리야, 미진이가 잘 줄려는데 누나가 뺏은 것 같아서 속상한가 봐…. 다시 주고 예쁘게 받으면 어떨까?
누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자!” 하고 다시 건네준다.


동생 손에 쿠폰이 다시 건네지고, 울음 소리가 그치고, 누나는 동생 손에서 천천히 쿠폰을 건네 받았다.
마치 영화의 슬로우~ 모션처럼!

누나: 고마워~ 아빠 빨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아빠: (속으로, 아빠도 여기서 빨리 나가고 싶다.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낯 뜨거워 죽겠다.
그래도 난 해냈어! 이거야!) 그래! 빨리 가서 아이스크림 먹자!

두 아이의 입가엔 웃음이 흘러 나오고 가족은 맥도날드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불과 5분도 안된 짧은 상황이었지만 그 당시는 한 시간쯤 흐르는 것 같았다.
등에선 식은 땀이 흐르고 주위에서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들. 위기는 잘 넘겼지만 진짜 힘들었다.


옛날 같으면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 사람들 없는 곳으로 가서 같이 소리지르고 무서운 목소리로 겁주고 아이스 크림은 무슨 아이스크림,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왔겠지만 역시 배움은 힘이라 했던가?

소망한다.
앞으로도 계속 아이들의 느낌과 기분을 헤아려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아빠가 되기를….

상상해 보자. 사람들이 오가는 상가 한가운데서 덩치가 큰 아빠가 두 꼬마에게 눈 높이를 맞추기 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들의 마음을 읽어 주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아마도 동생의 눈엔 눈물 방울이 마르지 않았겠지만 함박 웃음이 입가에 번졌으리라.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 동생과 자신의 작은 양보가 인정받은 누나는 지금은 아빠의 어려운 인내와 노력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 받고 이해 받은 그 느낌은 가슴에 남아 삶의 귀한 자양분이 되어 자신감과 자발성을 갖춘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위의 아빠가 그려준 그런 아름다운 사랑의 풍경화가 더 많이 늘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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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키즈빌리지 몬테소리스쿨 원장
한국심리상담연구소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전문 강사
BC Council for Families 주관 Nobody's Perfect 의 facilitator
문의 604-931-8138 , kidsvillage@sha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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