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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값만 아껴 모아도 탈북자에겐 큰 힘”

22일 북한동포 돕기 찬양집회 여는 재미탈북민연대 조진혜 대표

11살에 목숨 걸고 두만강 건너
4차례 강제 북송, 총살 위기도
탈북자 한 명 빼내는데 3000불
“올해 탈북자 30명 구출이 목표”


만일 북한 보위부원이 하나님을 믿는지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조진혜(30·사진)씨는 고심을 거듭했다. 이미 미국인 선교단체가 1만달러의 뒷돈을 건네준터라 지옥같은 감옥에서 풀려나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자칫 잘못 대답했다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처럼 되고 싶지 않았어요.” 조씨는 걱정 대신 동생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이윽고 마주하게 된 보위부원은 뜻하지 않게 이렇게 물었다. “종교를 아느냐?” 조씨와 동생은 입을 모아 “모른다”고 답했고 이들은 풀려난 뒤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도망쳤다.

조씨의 고향은 함경북도 무산이다. 11세인 1998년 7월 어머니, 동생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 연길쪽으로 탈북했다. 10년간 중국에서 숨어지내며 추위, 배고픔, 공포와 싸워야 했다. 2001년 초 무렵 당시 13세였던 조씨는 길을 가다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작고 낡은 건물로 다가섰다. 조선족교회였다. 누군가 신고하면 잡혀갈까봐 무서워 주저하던 조씨에게 조선족 할머니는 “여기는 세상에서 버림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란다”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렇게 처음 교회에 가게됐다. 나중에 그 찬송가는 ‘천부여 의지 없어서’임을 알게됐고 지금까지도 좋아한다.

아버지는 탈북전 북한의 감옥에서, 외할머니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고통을 겪다 유명을 달리했다. 어린 조씨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심지어 실어증에 걸린 듯 탈북한 뒤 1년간은 한마디도 말을 안했다. 그런 조씨에게 교회는 큰 위안이 됐고 조금씩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조씨의 신앙심은 나날이 깊어졌고 16세에는 중국에서 지하신학교를 3년간 다녀 졸업했다. 성경필사를 5번 했다고 한다.



조씨는 중국 공안에 적발돼 4차례 강제 북송당했다. 처음에는 꼼짝없이 죽는구나 생각했다. 탈북자가 다시 북으로 끌려가면 총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50명의 수용자들 중 단 한명도 조씨 가족을 신고하지 않았다. 북한 감옥은 남을 신고하면 자기의 죄가 면제될 수 있는 시스템이었지만 조씨의 얼굴을 아는 누구도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하나님이 사자의 입을 막아 다니엘을 구하신 것처럼 가족 3명 모두 구사일생으로 살았어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루는 감옥에서 너무 배고파 기도했다. “오대오(옥수수반 쌀반) 밥에 고추장, 시래기국을 먹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10분 뒤 경비원이 조씨가 바라던 먹음직스러운 점심을 절반 덜어줬다. 북한에서 죄수가 경비서던 사람의 밥을 얻어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지옥같은 북한 보위부 감옥에도 하나님이 계시는구나 체험을 하게됐어요.” 중국에서는 골수염이 심해 다리를 절단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지만 의사가 돌연 수술을 포기했다. 자르면 수혈해야 하는데 혈관수축증 때문에 수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잘라도 죽고, 안잘라도 죽는다면 차라리 자르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1주일 만에 뼈의 염증이 없어지고 새살이 돋았고 보름만에 퇴원했다.

조씨는 베이징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사무소에서 1년3개월간 보호받다 난민 지위가 인정돼 2008년 3월21일 미국으로 건너왔다. 보위부 감옥에서 빼내준 윤요한 선교사의 도움 덕분이다. 윤 선교사는 조씨와 함께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벌이다 붙잡혀 중국 교도소에 1년간 수감됐었다. 이 때문에 건강이 악화됐지만 조씨 가족을 빼내기 위해 시애틀에서 모금활동을 벌였고 곳곳에서 답지한 성금을 북한 정부에 보냈다.

조씨는 2012년 워싱턴DC에서 발족한 ‘재미탈북민연대’ 대표를 맡게됐다. 이사진 상당수가 미국 변호사들과 목회자, 교인들로 구성된 비영리기구다. 북한 탈출을 돕고 재중 탈북여성의 성폭행 피해를 막으며 미주 탈북자의 정착을 돕는 단체다. 조씨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3차례 만나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5년간 80명을 구출했다. 올해에는 30명을 목표로 한다. 조씨는 3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탈북민의 실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탈북자 한 명을 구하는데 3000달러가 들어요. 우리가 커피를 조금씩 덜 마시고 모아도 지옥같은 북한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올 수 있어요.”

조씨는 특히 고향인 함북 무산에 작년 말 큰 홍수가 덮쳐 아사자가 속출하고 비닐 장막에서 지내는 이웃들을 돕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 오는 22일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에서 북한동포를 위한 통곡기도 및 찬양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탈북 음악인 박성진씨가 함께한다. “아무리 한국이 어려워도 내일 아침 한끼 먹을 것을 근심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안타까운 한국의 상황 때문에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탈북자들의 사연이 묻히고 있어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목사님과 선교사님들이 강제추방되거나 어려움을 호소하며 선교지를 떠나요. 여러분들의 기도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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