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태종수 칼럼] 놓고치기 맞짱

요즈음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통령 때문에 시끄럽고 야단법석이다. 취임 후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의 행보는 가히 독보적이다. 취임 후 한달도 안된 사이에 국내외를 통틀어 이같은 물의를 일으킨 대통령은 없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비합리적이고, 정치적으로 불공정하며, 실현 불가능이라고 믿었던 그의 ‘미국 우선’ 선거공약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의 전형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남이 뭐라든 대통령 당선 이전의 생활습관을 버리지 않는다. 트위터로 자신의 생각을 수시로 전송함은 물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사용을 중단하기를 거부한다. 주말에는 그가 지난 30년동안 해오던대로 이번에도 워싱톤을 떠나 플로리다 별장에서 휴식한다. 이번에는 일본 수상 아베도 데리고.

자기주장이 강한 그는 거리낌이 별로 없고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그의 저돌적이고 독불장군식의 행태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우려를 낳고 저항에 부딪히기도 할뿐 아니라 벌써부터 트럼프의 탄핵을 거론하는 여론도 있다. 억만장자 실업인 트럼프는 겁날 게 없다. 대통령 전용기 Air Force One 보다 더 낫다는 비행기도 있고 7백만불 짜리 헬기도 소유하고 있다. 선거유세 때 많은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이 그를 외면하고 지지를 거부했으니 그는 빚갚을 일도 없다.

닉슨 대통령과 포드 대통령 때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도 이 점에 공감한다. “트럼프는 전혀 짐이 없다. 여타 대통령 후보들이 미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한 자기만의 선거공약과 자기만의 선거전략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어떤 집단에게도 빚진 일 없고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중에 가장 독특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신선하고 화끈한 행보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학생들 간에 유행어 ‘놓고치기 맞짱’을 상기케 한다. 6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그 당시 우리는 싸움하는 것을 맞짱 뜬다고 했다. ‘놓고치기’는 몽둥이 같은 것을 ‘놓고’ 정정당당하게 맨손으로 싸우는 것이다. 우리 반에 ‘놓고치기 맞짱’으로 정평이 난 C가 있었다. 그의 싸움 실력은 그 당시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를 통틀어 그를 당할 학생이 없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나는 C의 1대1 맞짱 뜨는 것은 본 일은 없지만 그가 상급생들에게 다구리(몰매)를 맞을 상황에서 번개같은 몸놀림과 싸움 실력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C는 원래 우리보다 한 학년 위였었다. 가정형편상 1년을 쉬고 복학하여 우리와 같은 학년이 된 것이다. C가 복학 후에도 자기의 옛 동기생들에게 예전처럼 반말을 해댔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고 그의 옛 동기생 10여명이 작당하여 그를 에워싸고 버릇을 가르친다고 시비를 걸었다. 사태가 악화되어 주먹이 날아오는 지경에 이르자 C가 자기 앞 서너명을 순식간에 때려 눕히고 비호같이 포위망을 탈출하였다. 동양천지에서는 적수가 없었다는 싸움의 달인 시라소니가 이랬을까? C는 학교 대표 단거리 선수였고 힘이 장사였다. 더구나 그는 복싱도장에도 다녔다.

트럼프는 애당초 공화당내에서도 이단아로 도외시되었기 때문에 맨손으로 ‘놓고치기 맞짱’에 나선 싸움꾼의 형국이다. 자신의 본능과 신념대로 밀고 나간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일단 대통령이 되면 사람이 달라질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트럼프 때문에 대통령 직 자체가 재정립되는 모양새다. 그는 워싱톤 사람이 아닌 아웃사이더이다. 로마(워싱톤)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지만 고식적인 로마법이나 로마인의 행동양식은 그의 관심 밖이다. 오히려 지금껏 대통령 직에 담겨 있던 거품을 한꺼번에 뺄 작정인 것 같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