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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역사칼럼] 눈물의 길

‘고향’이라는 말은 무척 정감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고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정의를 내리라면 다소 막연해지기도 한다. 태어난 곳이 고향일 수도 있고, 자란 곳이 고향일 수도 있고, 부모의 본관이 있는 곳이 고향일 수도 있고, 정든 곳이 고향일 수도 있다. 어쨌든 누구나 마음속에 고향을 간직하고 있다. 살다 보면 많은 사람은 이런저런 일로 고향을 떠나 살게 된다. 본인의 뜻으로 고향을 떠나 살게 되면 별로 억울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만일 정든 고향을 떠난 것이 본인의 의지가 아니고, 남에 의해 강제로 고향에서 쫓겨나면 몹시 억울한 일이다. 더구나 어떤 민족이 조상 대대로 이어서 살고 있던 땅에서 다른 민족에 의해 쫓겨나면 이보다 더 서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1930년대 소련 치하에 있던 ‘고려인’들이 민족 단위로 연해주 지방의 고향에서 쫓겨나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것이 좋은 예이다. 20만 명이 강제 이주당했고, 이중 이주 도중에 2만 5천 명이 사망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도 있었다면 믿어질까?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조상 대대로 살던 고향에서 쫓겨나 서부로 강제 이주당한 것이 바로 그 사건이다. 이름하여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이 생긴 배경이다.

때는 1830년대이다. 1830년대에 대통령을 지낸 앤드루 잭슨이 인디언 제거법(Indian Removal Act)을 만들고 이를 밀어붙여 추진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인디언 제거법이란 미시시피 동쪽에 살고 있던 인디언 부족들에게 미시시피 동쪽의 땅을 미시시피 서쪽의 땅으로 맞바꾸어 준다는 조건으로 이주를 권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속셈은 원주민들을 미국 땅에서 제거(Remove)하는 데에 있었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각 주 정부와 백인들은 인디언들을 협박하여 서쪽으로 몰아내고 있었다. 인디언들이 백인들의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자, 잭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인디언 제거법을 만들어 합법적이고 체계적으로 인디언을 몰아내는 방법을 택했다. 더구나 때마침 1829년에는 조지아 주의 달로네가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금광이 발견된 곳이 인디언 체로키 부족의 땅이었다. 이 금광을 빼앗기 위해 인디언 제거법을 서둘렀다고 의심받는 대목이다.

인디언 제거법이 제의하는 대로 일부 인디언 부족은 자발적으로 응해 서쪽으로 갔다. 그러나 일부 인디언 부족은 자발적인 이주를 거부했다. 특히 조지아의 체로키 부족은 연방정부에 항소하여 승소 판결까지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백인들의 끊임없는 위협과 설득에 체로키 부족도 하는 수 없이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되었다. 다만, 플로리다의 세미놀 부족은 끝까지 저항하다가 거의 모두 몰살당했다고 한다.



인디언 제거법에 의해 인디언들이 서쪽으로 쫓겨갈 때 걸었던 길을 ‘눈물의 길’이라고 후세사람들이 이름을 붙였다. 이 눈물의 길에서 대부분 부족에게 공통으로 일어난 일은 출발할 때의 인원수가 도착했을 때는 거의 반수로 줄어 있었다는 것이다. 만 리에 가까운 길을 걸어서 가다 보니 추위와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갔던 것이다. 그야말로 ‘눈물의 길’이 아닐 수 없다. 오클라호마로 이주당한 인디언 부족도 나중에는 결국 백인들의 인디언 말살 정책에 의해 박해당하고 흩어져서 지금은 흔적도 별로 찾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지금은 인디언의 이름이나 상징이 겨우 유명 스포츠팀의 마스코트 역할이나 하고 있다. 플로리다 스테이트 대학의 마스코트가 세미놀인 것처럼 말이다. 그 외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워싱턴 레드스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등이 모두 인디언을 마스코트로 쓰는 스포츠팀이다. 혹시 인디언을 동물과 한 부류로 보는 것이 아닌지 어쩐지 씁쓸하다. 힘없고 배경이 없으면 이렇게 된다. 억울해 하기 이전에 힘을 키우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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