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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권 줌인] 삼성과 대한민국

미국인들의 외식문화는 일찍 발달해서 누구나 일 주일에 한 두번은 외식을 한다. 그러다보니 좀 괜찮은 식당들은 아주 복잡해 적어도 30분은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유명한 식당의 주말 풍경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가 자주 가던 이태리 음식점은 맛과 서비스와 가격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로 주말이면 한시간 기다리는 게 흔한 일이다.
한국에선 전화로 예약하고 시간 맞춰서 가기에 기다리는 것은 거의 없었다. 남편이 아주 좋아하는 그 이태리 식당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처음엔 무척 힘들었다. 긴 시간을 식당에서 기다릴 때마다 난 한국인들이 아주 현명하고 지혜롭게 시간관리를 잘하며 살아간다고 느꼈다. 그런 면에선 미국인들은 참 미련하고 단순했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식당 입구의 바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된다는 호스티스의 말에 우린 음료수를 먼저 시켜 놓고 편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

일요일 예배후 점심시간을 가족과 함께 즐기는 모습은 미국인들의 생활 풍습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바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젊은 남녀가 역시 우리처럼 기다리면서 삼성 갤럭시 폰으로 즐겁게 뭔가를 하고 있다. 새 것을 사서 아주 만족해 하면서 폰을 만지고 있기에 난 호기심이 발동해서 그 여대생같은 숙녀에게 물어 본다. “그 폰 어디서 만들었는지 아니?” “몰라” “사우스 코리아” “그래?” 무관심하게 삼성과 한국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무심하게 대답하는 그녀에 난 너무 놀라고 실망한다. 그녀는 삼성이 대한민국 제품이라는 것에 관심도 없는 듯하다. “나 한국에서 왔어” “그것 우리나라 제품이야” “그래?” 그들의 반응에 난 아주 김이 빠진다.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이 살고 수많은 수입품들이 들어오니까 어느나라 제품인가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제품의 질에만 관심이 있지 어느 곳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들어오느냐는 별로 상관하지 않은 듯하다. 내가 볼보를 타고 다니면서 볼보 공장이 미국과 유럽에 있으니 그냥 유럽차라고 생각했지 스웨덴이라는 것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기업을 국가적 국책사업으로 너무 강조해서 키우다보니 기업이 곧 국가라는 교육과 의식이 한국인들에게 심어져 미국인들에게 찾을 수 없는 대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기대치와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대기업은 그들이 돈을 벌어 그들의 재산을 불리지만 국민들은 대기업이 애국자라고 생각하고 믿음을 보낸다.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제품이 세계 각지로 부터 오는 미국은 기업이 곧 국가라는 의식이 없기에 우리처럼 제품과 기업을 바로 연결시키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미국인의 ‘첫 마디’가 ‘남한에서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묻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관심과 지식은 남한보다 북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김정일과 김일성에 대해 그들의 생각을 묻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미치광이인지 계속 이야기 한다. 난 너무나 오랫동안 북한의 위험을 듣고 자라서 이제 무신경해 졌다고 말하면 의아해 한다. 사실 한국인들은 무디어져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데 미국시민들은 남한에 대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관심하고 잘 모른다.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어느 여학생에게 내가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그녀의 말이 걸작이었다. 그 소녀의 할아버지가 오래전에 한국 전쟁에 참전하셨는데 거기에 화장실이 특이했다고 이야기한다. 50-60년대 화장실은 그야말로 원시시대 바닥이 다 보이던 그런 곳이었다. 그녀는 2000년대 한국은 모르고 할아버지가 들려 준 1950년대 한국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그 50년대 사회제도와 문화를 가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다. 내가 “남한은 그 때의 남한이 아니다. 그건 아주 오래전이고 이젠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문화 수준이다”라고 말하면 의아해 한다. 미국 시민들은 한국의 발전한 점에 관심도 없고 배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문제는 나와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깨달았다.

그런 일이 생긴 후 난 서점에 가서 우리나라에 대한 책자가 얼마나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대형 서점인 반즈 & 노블(Barns & Novel)에서도 한국에 관한 책자가 거의 없음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관광가이드 책자도 아주 오래전에 출판된 현재의 한국의 실상과 거리가 먼 것 뿐이었다. 왜 우리나라가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이 무관심한 것에 놀라기 전에 우리의 노력이 너무나 미미했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삼성도 한국이 키운 기업이까 삼성이 한국을 같이 알리고 선전해야할 것이다.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데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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