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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키 대보기

우리는 서로 비교하기를 잘 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윤석중의 ‘키 대보기’라는 동요가 있었다.“누구 키가 더 큰가/어디 한 번 대 보자/올라서면 안 된다/발을 들면 안 된다/똑같구나 똑같애/내일 다시 대 보자.” 누구나 한번쯤 들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요새 어린이들도 키 대보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때는 흔히 하던 일이다. 더 심각하고 신경 쓰게 되는 것은 시험 점수와 등수다. 또 도시락 반찬은 무얼 싸왔는지도 관심 대상이고 서로 비교한다. 도시락 반찬을 보면 가정 형편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때는 장조림같은 고기 반찬이나 계란 반찬을 싸오면 잘 사는 집으로 쳤다.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처음에는 아담과 이브만 만드셨으나 이제는 그 수가 75억을 넘었다고 한다. 인종도 다양하고 모두가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살다 보면 자연스레 나와 남을 비교하게 된다. 인간이 타고난 본성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개중에는 남과 비교하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남의 소유나 행동거지에 과도한 관심을 쏟고 눈치를 보는 일이 생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는 유별나게 눈치 보기를 잘 한다고 하고 이를 우리의 민족성에 결부시키는 논리도 있다. 중국이라는 강대국 변방에서 살아 남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생활화된 습벽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최근 사드 설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리는 논란을 이런 ‘눈치보기 작전’ 시각에서 보기도 한다.

남과 비교하는 대상은 물질적인 것이 보통이다. 예컨데 집은 있는지, 몇 평인지, 차는 무슨 차를 타는지, 얼마나 오래 된 것인지 등. 그러다 보면 우리 속담에서 말하듯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기도 하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게 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심리는 열등감, 시기심, 경쟁심리를 유발하기 십상이다. 경쟁은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자극제라는 말도 있지만 경쟁은 나를 뽐내고 싶고 되도록 남들보다 앞서 가고 싶은 욕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은 과도한 경쟁 체재에 치우친 사회다. 입시경쟁, 취업경쟁, 출세경쟁 심지어 아파트 청약경쟁등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가 경쟁 심리의 소산이다. ‘남이 하는데’ 아니 ‘남보다 더’하는 경쟁심이 그 원동력이다.

여러 해 전 일이지만 ‘엄친아’니 ‘엄친딸’이니 하는 내가 한국 있을 때 못 듣던 말이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한 일이 있다. ‘엄마 친구의 아들, 딸’의 줄임말로 어머니가 생각하는 우월한 스펙을 가진 이상적인 자식을 뜻한다고 한다. 영어실력, 해외어학연수 경력, 명문대 학벌, 예의, 뛰어난 외모, 큰 키 등이 그 주요 요소다. 주변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발생하는 상대적 빈곤감이나 박탈감 그리고 시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언어다.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든 ‘완벽한 자녀’ 프레임의 허상을 만들어 논 것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말하기를 비교하는 한 행복은 없다고 한다. 또 자기 푼수에 맞게 살라고 한다. 생활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예술이 추구하는 미와 같다고 한 사람이 있다. 예술적 아름다움은 균형과 조화에 있다. 석굴암의 부처, 고려청자, 조선백자가 아름다운 것은 한국인의 정서와 개성과 멋이 이들 작품 속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석굴암을 제작한 석공이 화강석을 쪼아 다듬듯,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의 명품 도자기를 만든 도공이 흙 반죽을 빚듯 자신의 생활을 균형있게 조화할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소신 없이 무작정 남을 따르려는 경쟁은 일시적인 향락이나 순간적인 행복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파멸과 불행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행복할 조건이 없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다. 남과 비교하는데서 불행은 싹튼다. 생활에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여유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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