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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역사칼럼] 미국 경제부흥의 공헌자 산업스파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것 중에 문익점이 중국으로부터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가져와 한반도의 의생활이 다소 윤택해졌다는 대목이 있다. 문익점은 일종의 산업 스파이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 태생의 미국 핵물리학자를 2차 대전 직후에 미국 정부가 터무니없이 공산주의자로 몰아 감금했다가 한국전쟁 때 중국에 포로로 잡힌 미군들과 교환하느라 중국에 풀어주는 바람에 중국이 핵무기를 갖게 된 것도 미국의 핵 개발에 관한 기밀이 중국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어리석은 미국의 행동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모든 국가와 기업이 다른 나라 혹은 기업의 기밀을 빼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요한 산업 기밀을 빼내서 갖게 되면 힘들여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손쉽고 시간과 경비가 엄청나게 절감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갓 독립한 이후 미국 산업이 급속히 부흥하게 된 것도 산업 스파이의 공이 컸다고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독립한 직후에는 산업의 발달이 형편없었다. 독립 이전에는 생필품은 물론 의복도 거의 모두 영국에서 수입한 것을 썼기 때문이다. 영국이 아메리카 식민지에 산업 시설을 세울 수도 있었지만, 산업 기밀이 새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민지에 산업 시설을 짓는 것을 꺼렸다. 미국이 독립하고 나서는 영국은 더구나 산업 기밀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다. 미국이라는 커다란 시장을 놓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때 영국은 핵심 기술자의 해외여행도 금지할 정도였다.

미국에 도움을 준 산업 스파이 사건 중 본격적인 것은 방적 공장을 영국으로부터 모방해 세운 일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영국에 슬쩍 불법 유인물을 뿌렸다. 천을 짜는 직조기 기술자를 우대한다는 내용의 불법 유인물을 뿌린 것이다. 이 불법 유인물을 새뮤얼 슬레이트라는 이름의 직조기 기술자가 본 것이 이 산업 스파이 사건의 발단이다. 21살 난 슬레이트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미국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모든 방적 공장의 모든 기계원리와 과정을 머리에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경영방법까지도 파악해 두었다. 적어 둔 기록을 들고서는 외국으로 출국할 수 없었기 때문에 머리에 기억한 것이다.



1789년 미국에 도착한 그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미국 유일의 방적 공장을 찾아갔다. 그때까지 형편없던 수준의 이 방적 공장은 슬레이트 덕분에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해밀턴 재무부 장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전국적으로 많은 공장을 확대했다. 이 방적 공장의 주인이 모제스 브라운이라는 사람이었는데, 방적 공장을 운영해 번 돈으로 브라운 대학을 세우게 된다.

그 다음에 미국의 산업에 도움을 준 산업 스파이는 프랜시스 로웰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영국의 발달한 직조 기술과 의류제조 기술을 빼내온 인물이다. 그는 18세에 하버드를 졸업한 천재였다. 1810년에 35살의 로웰은 영국의 방적 공장과 의류 공장을 견학할 기회를 가졌다. 모든 기록이 금지되고 오직 눈으로만 보는 견학이었다. 그의 천재적인 머리는 이때 진가를 발휘했다. 모든 원리와 과정을 파악하고 기억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주식회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대량의 섬유 제품을 생산해냈다.

이것 때문에 미국의 섬유 시장을 잃은 영국은 결국 미국으로부터의 면화 수입을 금지하게 되고 이것으로 인해 미국 남부의 면화 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 이것이 곪아 터지면서 일어난 사건이 후일의 남북전쟁이다. 남부는 북부의 공업 발달 때문에 경제적으로 고생을 해야 하므로, 연방에서 탈퇴하여 독립하면 경제적으로 유리해 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노예해방은 부차적인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현대에는 산업 스파이 때문에 선진국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업 기밀은 언젠가는 새어나가기 마련이고 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앞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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