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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칼럼]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생명공학과 의학의 발달로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었다.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고 사는 것이다. 여전히 암은 정복되지 않았고 여기 저기서 난치병으로 고생을 하지만, 인류 역사상 지금같이 안 아프고 오래 사는 세상은 없었다. 그 만큼 인간의 몸에 관한 연구가 많이 되었고, 필요한 것을 만들어 냈다. 인공 관절이나 인공 심장을 넘어서 이제는 유전자를 변형하고 조작하는 데까지 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몸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곳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뇌’다.

뇌는 가로 15cm, 너비15cm, 깊이20cm로 무게는 1400~1600g정도가 되는 신경세포 덩어리다. 이 뇌가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모든 활동을 통제한다.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는 이 뇌에 관한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디살보(David DiSalvo)는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하고 미국의 여러 공공 기관과 민간 기관의 연구 및 고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과학을 빙자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른바 ‘자기계발성 가짜 약’의 실체를 신랄하게 폭로하는 탁월한 안내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뇌에 대해 생각하는 일반적인 개념들, 예를 들면 뇌는 합리적이라거나 이성적일 것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를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행복한 뇌’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뇌가 인간의 생존과 번성을 위해 택한 것은 안정성과 확실성, 일관성이다. 반면에 예측 불가능성, 불확실성, 불안정은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라고 여긴다. 그래서 뇌는 애매한 것보다는 확실한 것을 추구한다. 확실한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열렬히’ 갈망한다. 그럴 때 뇌는 행복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 행복한 뇌의 상태를 만들기 위하여 뇌는 생각과 행동을 조작한다. 예를 들면 기억 같은 것이다. 우리는 기억을 신뢰한다. 때로는 서로의 기억이 맞다고 크게 다투기도 한다. 그러나 뇌가 저장한 기억은 CCTV같은 기록이 아니라 복원이다. 행복한 뇌는 우리가 실수하기 쉬운 기억과 진짜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서 완벽한 기억을 만들어낸다. 어떤 것들은 의도적으로 지워내고 때로는 없는 것도 만들어 덧 씌운다. 내 기억이 맞는다고 아무리 맹세를 한다고 해도, 뇌는 그럴듯하게 만들어낸 자신의 작품을 보며 행복해 할 것이다.

또한 뇌는 가끔씩 ‘멍 때리기’를 좋아한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딴 생각을 하다가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을 못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럴 때 뇌에서 극도로 활발해 지는 뇌의 영역을 ‘디폴트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마치 자동조종장치 같은 것이다. 이런 멍한 상태는 뇌가 늘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극도로 민감해져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작용을 일어난다. 멍한 상태는 쓸데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아 의식에 필수 불가결한 상태이다. 나도 모르게 외부 자극이 아닌 내면의 것을 생각할 때 때로는 어려운 문제를 풀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

인간의 뇌와 다른 동물의 뇌와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메타인지’다. 메타인지란 쉽게 말해서 ‘생각에 관한 생각’이다. 정상적인 사고의 과정을 넘어서서 우리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생각하는 능력이다. 메타인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때로는 이 능력이 우리를 존재론적으로 혼란스럽게도 만든다.

디살보의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뇌에 대한 편견을 벗겨낸다. 어떻게 내가 이런 멍청한 행동을 했을까 후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뇌가 우리에게 그런 명령을 내릴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이것을 알기에 우리를 속이고 이익을 취한다.

평생 다른 사람을 더 깊게 알아가는 것이 인격의 외면적 성숙이라면, 내 생각과 마음(뇌)을 알아 가는 것은 내면의 성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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