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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역사칼럼] 10달러 속의 인물 ‘결투의 사나이 해밀턴’

옛날 서부극에서는 결투하는 장면이 많다. 권총으로 하는 결투는 어느 한쪽이 죽을 수도 있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에전에는 범죄 행위로 간주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나이다운 스포츠로 여길 정도였다니, 참으로 야만적인 일이라 하겠다. 무법천지나 다를 것이 없는 서부개척시대에는 이런 야만적인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던 모양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가들이 권총을 들고 결투를 했다고 하면 누구나 의아해 할 것이다. 그것도 부통령 출신과 장관 출신의 귀하신 분들이 총으로 결투를 했다면 말이다. 다름이 아니라, 10달러 지폐에 그려진 알렉산더 해밀턴이 권총 결투에 져서 죽은 사람이라고 하니 놀라서 입이 벌어질 일이다.

미국 10달러 지폐의 앞면에는 알렉산더 해밀턴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재무부 건물 전경이 그려져 있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대통령이 아니면서 달러 지폐에 그려진 사람이다. 대통령이 아니면서 달러 지폐에 그려진 사람은 해밀턴과 100달러의 벤자민 프랭클린 두명뿐이다. 알렉산더 해밀턴과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일곱명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알렉산더 해밀턴은 최초의 재무장관을 지낸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초대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많은 업적을 쌓은 공로를 인정 받아 미국 달러 지폐에 얼굴이 그려지는 영광을 갖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는 1757년 카리브 바다에 있는 영국령 조그만 섬에서 태어 났다. 어머니가 혼외정사로 알렉산더 해밀턴을 낳고 남편에게서 쫒겨나서 홀로 살았기 때문에 해밀턴은 사생아로 자랐다. 그때 당시로 보아 비천한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명석한 두뇌를 가진 그는 어릴 때부터 주위의 도움으로 미국에 유학하였으며 뉴욕의 콜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조지 워싱턴을 알게 되어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후 조지 워싱턴의 심복이 되어 미국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어 건국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재무부 장관의 자리에 있으면서 미국의 경제 체계와 재정 시스템을 확립한 것으로 인정받았다. 현재의 미국 재정 시스템은 그가 건국 초기에 확립해 놓았던 것이 근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연방 정부가 커다란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강력한 연방주의를 주장했다. 반면에 나중에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제퍼슨은 주 정부가 큰 정치적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자연히 두 사람은 사사건건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바람에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중간에서 중재하느라고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해밀턴은 성격이 원만치 않고 독선적인 것이 문제였는데,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주위에 적이 많았다. 그중에 하나가 애런 버(Aaron Burr)라는 사람이었으며, 해밀턴과 애런 버는 서로 철천지 원수였다고 한다. 1800년 드디어 애런 버는 제3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출마했는데, 상대방 후보는 바로 토마스 제퍼슨이었다. 당연히 제퍼슨은 해밀턴이 지지해준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되고 애런 버는 부통령이 되고 말았다. 해밀턴은 제퍼슨을 싫어했지만, 애런 버를 더욱 싫어했기 때문에 제퍼슨을 지지해서 대통령으로 만든 셈이다.



이런 일로 해밀턴에 대해 더욱 이를 갈던 애런 버는 해밀턴이 날이 갈수록 자기를 비난하는 수위를 높이자, 마침내 1804년 해밀턴에게 결투를 신청하게 된다. 당시의 미국 수도였던 뉴욕에서는 결투가 불법행위였기 때문에 둘은 허드슨 강을 건너 뉴저지에서 결투를 벌였다. 당시 뉴저지에서는 결투가 불법이 아니었다. 결투의 날, 해밀턴의 총알은 빗나가고 애런 버의 총알은 해밀턴의 몸을 제대로 맞추었다. 결투에서 중상을 입은 해밀턴은 다음날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 나라의 부통령이 결투를 벌여 사람을 죽였다니,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참으로 기막힌 사건이다. 재주 많던 사람이 제 성질을 못이겨 남의 성질을 돋우어 결투를 불러 일으켰고, 그 결투에서 져서 비명횡사를 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래서 재주보다는 인성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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