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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기고] 우리는 개구쟁이, 꽃잎반의 신나는 오늘!

냇가에 심은 나무 한국학교 교사

친구들한테 수수께끼를 냈다. “기뻐도 나오고, 슬퍼도 나오고, 매운 것을 먹을 때에도 나오는 것은?”

빛나는 눈을 반짝이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하나둘씩 답을 한다. 고추, 양파, 떡볶이…음…결국 “눈물”이라며 한 친구가 답을 크게 외친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것을 나누는 사이 우리들의 생각 울타리는 넓어지고 재미있어진다.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드디어 한국학교가 개학해서 안정된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 첫날에 우리 반은 수준 평가를 하고 같은 반으로 또래의 친구들이 모였다. 토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한국학교 가방을 챙겨 늦잠도 포기하고 엄마를 따라 나와야 하는 아이들, 아침을 꼭 먹고 한국학교에 나가야 하니까 빵이나 시리얼이라도 간단히 먹고 서둘러 학교에 오는 친구들. “이리와 앉아”라며 챙겨주는 친구들이 반갑고, 오늘 우리 반 모두의 간식을 가져온 친구도 고맙고, 숙제를 깜박했는데 미리 알려주는 친구도 있어 참 좋다. 또 맨 마지막 시간에는 선생님이 매주 한 권씩 책을 읽어준다. 오늘의 책 제목은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이다.

화창한 어느 날 아침부터 우리 엄마는 “오늘도 날씨가 참 좋구나” 하고 팔을 둘둘 걷어붙이고 빨래를 시작합니다. 집안의 모든 커튼, 이불, 식구들의 옷, 양말 등등을 신나게 열심히 빨아 빨랫줄에 널어놓고 엄마는 말합니다. “얘들아, 아무거나 빨 것 좀 찾아오너라.” 마당에 쭈그리고 있던 고양이, 강아지들은 다 도망을 갑니다. 그러나 다 잡혀 엄마에게 빨아집니다. 그러다 엄마가 빨아 널어놓은 빨랫줄을 보고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아기 도깨비가 내려옵니다. 결국 그 도깨비도 엄마의 튼튼한 팔로 능숙한 빨래 솜씨로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해졌고 다 지워진 얼굴에 엄마는 예쁜 눈 코 입을 그려줍니다. 거울을 본 그 도깨비는 정말 신나서 다시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엄마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면 참 즐거운 일이지요? 그러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져서 위를 바라보니 그 아기 도깨비의 친구들이 떼로 몰려와 엄마에게 부탁합니다. “저도 씻겨주세요, 저도 예쁘게 만들어주세요….!” 엄마는 힘차게 말합니다. “좋아, 다 나에게 맡겨!”



갑자기 마당에 가득한 아기 도깨비들의 그림을 보며 우리 반 친구들은 그저 신기해한다. 책도 한 권 같이 읽었으니 슬슬 공부해야겠다. 오늘부터 우리들은 자음을 배우기 시작한다. 과학적인 한글이라는데 과연 그 말이 맞는지 열심히 공부해보기로 했다. 하얀 밀가루 반죽을 한 덩어리씩 나눠 갖고 일단 냄새를 맡아본 뒤 그다음 주물러 보고 동그랗게 굴려보다가 양손으로 늘려 ‘ㄱ’ 과 ‘ㄴ’을 만들어 자음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자음과 모음을 이어 만들어 보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배움의 신기함에 우리 꿈나무들의 웃음은 가을 하늘처럼 높아만 가고 있다.

어떠세요? 잠이 덜 깨어 토요일 아침에 한국학교에 나왔지만, 수수께끼도 맞혀보고 특활시간에 각자가 원하는 태권도, 지점토, 리코더 등등을 배워보기도 하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동화책도 보고, 한 손에 가득한 반죽도 주물러 글자도 배워보니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우리 한국학교이지요? 오늘도 힘들지만, 열심히 학생들을 한국학교로 등하교시켜주시는 부모님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생각나는 한 구절을 드리고 싶다.

‘말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일은 매일 산을 오르는 것과도 같습니다./서두를 필요도 없고/매일 매일 한 걸음씩 꾸준히/발걸음을 내딛기만 하면 됩니다./이는 내 아이에게 인생의 선물을 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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