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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역사칼럼] 미국 들소는 왜 전멸했나?

CNN의 창업자인 테드 터너(Ted Turner)가 미국 들소 고기를 주요 재료로 하는 식당을 열었다고 2002년에 언론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식당의 이름은 몬태나 그릴(Montana Grill)이다. 지금은 17개 주에 45개의 이 식당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식당이 내건 슬로건이 조금 아니러니하다. 미국 들소의 멸종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식당을 열었다고 하니 말이다. 들소의 고기를 쓴다는 말은 들소들 죽인다는 뜻인데, 멸종을 막기 위해 식당을 운영하면서 들소를 죽이고 있다니 어딘가 말이 뒤틀린 어감이 있다. 아마도 식당에 들소의 고기를 대기 위해 들소를 많이 키워야 하니까 들소의 멸종을 막게 된다는 뜻인 듯하다. CNN 창업자다운 기발한 발상이라고 하겠다.

미국의 들소는 공식적으로 ‘Bison’이라고 부른다. 라틴어에서 유래된 들소의 뜻이라고 한다. 유럽에 있는 들소의 이름 Bison이 미국 땅에 있는 들소에 그대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 들소와 미국 들소는 4촌쯤 된다. 비공식적으로는 미국 들소는 ‘Buffalo’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래 Buffalo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있는 물소와 들소를 칭하는데, 이것 또한 프랑스 말에서 왔는데, Beef와 연관이 있다. 좌우간, 미국 들소는 한때 미국 대륙을 주름잡던 동물이었다. 적어도 1억 마리에 가까운 들소가 북미 대륙 전역에 퍼져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유럽인들이 미국 대륙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들소의 가장 큰 천적은 아메리카 원주민이었다. 늑대들이 늙은 들소를 잡아먹기는 했으나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북아메리카 대륙이 들소들의 천국이었던 모양이다. 들소가 많이 살던 지역의 원주민들에게는 들소가 생활의 주요한 수단이었다. 들소의 가죽은 의복과 천막의 재료로 쓰이고 고기는 훌륭한 식량이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절대 과도한 사냥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과도하게 사냥할 도구도 없었지만, 이들은 들소가 생활의 주요한 자원임을 알고 절대로 남획하지 않았다고 전해 내려온다.

문제는 유럽인들이 북미 대륙에 퍼지면서 생겼다. 유럽인들이 들소 떼를 마구잡이로 살육하는 바람에 들소 떼가 급격하게 줄어들다가 나중에는 미국 땅에는 50마리 정도만 남는 지경이 되었다. 이들이 마구잡이로 들소를 죽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미국의 영토를 넓히는 데 들소 떼가 방해되기 때문이었다. 우선 서부로 철도를 건설하고 기차를 운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다. 기차가 넓은 초원에서 떼를 지어 이동하는 들소 떼를 만나면 꼼짝 못 하고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었다. 이런 이유로 들소 떼를 사살하기 위해 군인과 사냥꾼들을 태운 기차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차를 타고 가다가 들소 떼를 만나면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사살했다고 한다.



그런데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말살하기 위해 들소 떼를 마구잡이로 사냥했다는 주장도 있다. 무고한 원주민을 말살하기 위해 죄 없는 들소들을 말살한 셈이다. 특히 쑤우(Sioux) 인디언 부족은 무척 용맹해서 백인들에게는 골칫거리었다. 또한 그들은 전적으로 들소에 의존해 살다시피 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들소 고기와 가죽을 이용해 모든 생활을 영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부로 계속 진출하기를 원하던 미국 정부는 Sioux 족을 없애야만 서부로 진출하는 게 원활하겠다고 판단했다. Sioux 족을 없애는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 들소를 말살시키는 방법이었다. 들소들을 없애면 들소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Sioux 족 인디언도 따라서 자연히 힘을 못 쓰게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하여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들소를 말살하기로 했다. 1870년에서 1880년 사이에 미국 들소는 전멸을 당하다시피해서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 인디언과 일부 백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50마리 정도만 남았었다. 1900년경에서야 미국 정부는 들소의 멸종을 막고자 나섰으며, 그때부터 개체를 번식시키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옐로스톤을 비롯한 미국 전역에 약 3만 마리가 살고 있다. 들소들의 멸종을 보며 인류사회의 발전이 자연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몹시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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