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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진 기자의 취재 현장에서] 시카고에 암약하는 사이비(似而非)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론 아주 다른 것’이 사이비의 사전적인 의미다. 쉽게 풀이하면 가짜라는 말이다. 그 어감이 특이해 일어(日語)인지, 어쩌다 형성된 속어쯤으로 일부 오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사이비란 단어는 공자의 사이비자(같고도 아닌 것)가 원전인 뿌리 있고 유래 있는 한자어다.

맑고 순수했던 세상에 혼탁함이 잦아들다 보니 어느덧 사이비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숱해졌다. 어느 순간부턴 구김살 없는 유치원, 초등학생들조차도 속이 훤한 거짓을 접하면 ‘사이비’하고 돌아서 버릴 정도로 흔하면서도 비호감인 표현이 됐다.

우리 주변에도 사이비는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 물론 대부분의 한인들이 양심과 도의(道義)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각없고 악덕뿐인 거짓 인생들이 활개를 치면서 한인사회 전체가 비난받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수년 전 중국의 한 유명 대학에서 공부했다는 모 한의사가 진료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시카고에서 그다지 오래 의술을 펼치지 못했다.



그가 지은 한약을 먹고 복통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며 다른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줄자 결국 그는 한의원의 문을 닫고 타주로 이주해 버렸다. 추후 그의 학력이나, 경력이 상당 부분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사이비 의술은 결국 진실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봉사, 쇄신, 도약을 외치며 단체장으로 나서는 한인 인사들 중에도 사이비가 적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헌신에 목마른 일꾼임을 자처한다.

하지만 그 불편한 내막을 들춰보면, 단체장으로서의 인지도를 자신의 비즈니스 이익이나, 명예욕, 영달을 채우기 위해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게 사욕을 채우다 임기가 끝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동포 사회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단체와 한인사회는 이제 잊는다는 득어망전 식의 행태인 셈이다.

사리사욕없이 한인사회만을 위하겠다는 다짐과 결의가 사이비였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순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짓 공약을 내건 인사도 있다. 과거 주요 단체의 회장 후보로 나섰던 모 인사는 ‘자신이 회장으로 당선될 경우 취임 전 꽤 큰 액수를 단체 사업 및 활동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적 있다.

그는 결국 회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자신이 약속한 액수를 단체에 기부했는지는 미궁에 있다. 취임 후 몇몇 기자들로부터 돈을 기부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보여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지금이라도 그가 기부 여부를 증명할 수 있다면 모범적인 사례로 칭송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해 보인다. 그의 약속이 단체 성장을 위한 재정 기부라는 진실함이 아닌, 표심을 얻기 위한 사이비에 지나지 않았던 듯 하다.

경험과 연륜을 거스르는 사이비도 존재한다. 가끔 특정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나 전문 지식이 없이 ‘나는 최고의 요리사’, ‘패배한 적 없는 변호사’, ‘진료 경험 많은 의사’, ‘혜성같이 나타난 언론인’, ‘교육 전문가,‘숙련된 부동산 에이전트’ 등으로 과장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누구나 배우고 익히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최고’, ‘불패’, ‘풍부’, ‘전문성’ 등 원숙을 내포하는 수식어는 그에 걸맞는 능력이나 경험, 타인의 평가가 뒷받침됐을 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뚜렷한 검증이나 능력, 성과 없이 전문가임만을 자처하는 교만한 사이비는 가히 최악일 것이다.

정통, 진실만이 존재하는 세상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사이비의 비겁함과 가식이 득실거리고, 당연시 되는 사회를 방관하기엔 정의의 가치가 너무 소중하다.

정통이 허위를 이긴다는 믿음, 거짓을 당당히 바로잡는 용기와 노력이 있다면 사이비의 침몰은 머지않았다고 여겨진다. 분열을 조장하고, 투서와 이간질만 일삼는 독버섯같은 사이비들은 시카고 한인사회에서 사라지기 바란다.

행여 그 동안 사이비로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책임감있고 묵묵히 진실한 인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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