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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에서] 닻을 올리다


32대 한인회가 취임식을 열고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8년만에 치러진 경선으로 시카고 한인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회장이 탄생했다. 진안순 회장은 30일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장에서 존 리 시카고 연방판사 앞에서 한인회장으로 소임을 다할 것을 맹세하면서 2년 임기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140개 이상의 테이블과 이 테이블을 가득 채운 한인들의 모습이었다. 참석자들 중에서는 밥 돌드 연방하원을 비롯한 시카고 지역 정치인이 있었고 전직 한인회장들도 눈에 띄었다. 미주 한인회를 대표하는 회장도 타주에서 참석했고 중서부 전현직 한인회장도 한 테이블에 모였다. 특히 전직한인회장들은 행사 시작과 함께 식장에 입장하며 전직 대표로의 노고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진안순 회장이 입장할 때에는 큰 박수로 향후 2년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인회 앞날을 축하하는 자리인만큼 건배 제의가 있었고 기념 떡을 귀빈들과 함께 자르는 순서도 포함됐다.

32대 한인회는 ‘열린 한인회, 우리 한인회, 비전있는 한인회’를 기치로 내걸었다. 선거 당시에도 한인 유권자들을 향해 던졌던 일관된 메시지였다. 일부 인사들로 좌지우지 되지 않고 한인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며 한인사회의 밝은 미래를 향해 간다는 뜻으로 들렸다. 취임식에서는 이와 같은 한인회의 기본 입장이 제대로 반영됐다고 느꼈다. 일단 한인회에 관심을 가지고 행사장에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한인회는 취임식에 앞서 서류미비청소년 추방유예와 같은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이를 위한 시드머니를 조성하는 등 한인사회 곳곳까지 손길을 뻗치고자 하는 노력을 이미 보여줬다. 한인단체대표와의 만남을 통해서는 각 단체의 사업을 공유하고 협력할 기회를 모색했다. 한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로 이사진도 꾸렸고 일리노이대 시카고 간호대학 학장과 부총장, 대학원장을 역임한 김미자 신임이사장을 선임해 아시안 커뮤니티를 리드하는 한인회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한인회가 제 모습을 갖추고 시카고 지역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자리에 올라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70주년 광복절 기념식으로 일부 언론의 지적을 받은 것은 훌훌 털어냈다. 사실 올해 광복절 기념식은 한국에서 관객 천만을 넘긴 독립군 관련 영화 ‘암살’ 상영회와 맞물려 진행되어 기존까지의 광복절 기념식에 비교했을 때 큰 차별성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시카고에서만 이러한 행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타주에서도 광복절에 맞춰 이 영화의 상영회를 진행했고 한국의 유력 정치인들은 직접 영화관을 찾아 독립군의 저항과 독립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인회도 이전까지의 광복절 기념식이 종교기관에서 100명 미만의 일부 한인들만 참석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념식 현장에 나와보지도 않고 관련 기사를 내보냈고 상영관 수용인원을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기도 했지만 한인들의 참여와 광복절의 본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게 많은 참석자들의 목소리였다.



새로운 시작을 표현할 때 흔히 ‘닻을 올린다’고 표현한다. 무거운 철로 된 닻이 물 아래에 가라앉아 있으며 배는 움직일 수 없다. 닻을 물위로 끌어올려야만 배가 제대로 나갈 수 있는 이치처럼 한인회도 이제 무거운 닻을 걷어올리고 대항해를 시작했다. 앞으로의 항해는 풍랑을 만나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고 잔잔한 파도에 순풍을 맞으며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한인회와는 달리 32대 한인회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약 두 달 늦게 시작했다. 작년 정기총회 이후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인회 임기 역시 이례적으로 늦어졌다. 1500명이 참석한 한인회 취임식을 지켜보며 아무쪼록 시작은 조금 늦었지만 그 끝은 한인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모습으로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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